▲ 더불어민주당 안성지역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백승기(전 경기도의회 의원)[기고 = 더불어민주당 안성지역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백승기(전 경기도의회 의원)] 2025년 3월 8일, 심우정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하며 석방을 결정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라는 중대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지 불과 51일 만의 일이다. 법원은 구속기간 만료 후 기소가 이루어졌다는 점과 수사 과정의 절차적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 결정을 내렸지만, 이는 단순한 법리적 판단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윤석열의 석방은 과연 법치주의의 승리였을까, 아니면 정치적 타협과 권력의 연장선상에 놓인 또 하나의 어두운 그림자였을까?
법원은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구속기간을 ‘날짜’가 아닌 ‘실제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은 얼핏 법리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이 구속기간을 ‘나눠 쓴’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결정으로 보인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과 공수처 간 신병 인계 절차조차 생략된 채 진행된 수사는 이미 절차적 정당성에 심각한 의문을 남겼다. 법원이 이를 “절차 명확성”과 “적법성 의문 해소”라는 명분으로 구속을 취소한 것은 오히려 법의 허점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맞춰 활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검찰이 법원의 결정 후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석방을 지휘한 것은 이 사건이 법적 판단을 넘어선 정치적 합의의 산물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치주의가 살아있다”고 자축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법이 권력자의 손아귀에서 얼마나 쉽게 휘둘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다.
만약 구속기간 계산의 오류가 문제였다면, 이는 수사기관의 실수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재수사나 절차 보완으로 이어져야 했다. 그러나 석방이라는 극단적 결론은 법원이 수사의 본질적 정당성을 판단하기보다는 형식적 오류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은 단순히 한 개인의 법적 지위 변화를 넘어, 한국 사법부와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혐의자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 상황은 많은 이들에게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명제를 조롱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수괴가 거리를 활보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며 검찰과 사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정치적 입장 차이를 떠나, 국민 다수가 느끼는 불안과 불신을 대변하는 목소리로 들린다.
법원이 구속취소를 결정한 배경에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지위가 가진 상징성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이다.
석방된 윤 대통령이 여론전을 펼치며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이미 법조계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이는 형사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탄핵심판과 맞물려 헌정 질서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불편한 대목은 검찰과 사법부, 그리고 윤 대통령 측 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다. 검찰이 즉시항고라는 법적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법원 존중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는 정치적 압력이나 내부 합의에 의해 결정된 결과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국민의힘은 “사법 정의의 실현”이라며 환영했지만, 이는 그들이 추구하는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일 뿐, 법적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윤 대통령이 석방 직후 “불법을 바로잡아준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한 발언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로 보인다. 재판부가 그의 구속취소를 결정한 것이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으로 비춰질 여지를 남긴 셈이다. 이는 사법부가 권력자의 손에 놀아난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취소와 석방은 한국 법치주의의 중대한 시험대다. 법원이 형식적 절차에 집착하며 실질적 정의를 외면한 이번 결정은 앞으로 유사 사건에서 반복될 위험한 선례로 남을 수 있다. 국민은 법이 권력 앞에 굴복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는 도구로 기능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기대를 저버린 또 하나의 증거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공은 불구속 재판과 탄핵심판으로 넘어갔다. 윤 대통령이 석방된 상태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할지, 그리고 그것이 재판과 헌정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결정이 법치의 승리라기보다는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