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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야, 하얀 고문 - 김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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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한 줄기 빛을 달라고 기도 했으나
제발 넘치는 빛을 멈춰 주세요
창백함이 지나쳐 피가 말라요
어둠을 주세요!
어둠 ...
- 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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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인줄로 아세요 - 김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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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당신의 집 앞 뜨락에
이름 모를 예쁜 새 한 마리 날아들거든
너무너무 보고 싶어 당신 곁으로 날아 든
나 인줄로 아세요
당신이 우두커...
-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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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달 - 안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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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분으로
낯을 가리고 화려한 일탈
세상을 지배하는
강한 사내의 뜨거움 뒤쫓는다
쏟아지는 낯선 시선들
구름 빛으로 가렸어도
의혹...
- 20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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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그 사유(思惟) 속으로 - 박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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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인연 나목에 묻고
빗물 되어 흘러가는 섭리
상고대 향연 날개 잃은 새처럼
헐벗은 영혼을 달래고 있다
떠나는 길 예외일 수 없어
빗물로 ...
- 201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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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아리 푸른 길 - 황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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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삼킬 듯 커다란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항아리, 그 안으로
어머니는 길을 만드셨다
닦고, 또 닦아도
해가 갈수록 항아리는
지상...
-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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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껍데기 - 김영식
- 사죄한다귀를 키워 기울였던 어둠에게 평평하게 눕지도 못한 숱한 밤들에게 입술을 떨던 죄의 날들에게 그리고 또 사죄한다나를 낭비한 달빛에게 바라볼 수 ...
- 201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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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날이 오면 - 김용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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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생성과 소멸은 바다로부터 시작된다장엄한 음악은 파도 소리에 묻히고거슴츠레한 눈망울도 바닷물에 녹아든다지나간 날들이야 기억의 저편에...
- 20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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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鶴마을의 노래(논두렁) - 金有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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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맥질한 논두렁에
콩나물 콩이 송긋송긋
열지어 나오다
새벽이면 산비둘기
백로 두어마리 긴 목을
뽑아 먹이를 찾다
꼬불꼬불
따비로 일궈...
- 2016-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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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껍질 - 정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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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로부터 빠듯이 세상에 밀려나온 나는 또 한번 나를 내 몸으로 세상 밖 저쪽으로 그렇게 밀어내고 싶다 그렇게 나가서 저 언덕을 아득히 걸어가는 ...
- 201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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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1949, 전문, 박두진) - 박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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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
- 201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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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 간이역 - 김순희
- 꽃들은 모두 그곳에 남아 있었네 기억창고의 낡은 문틈 새로 휭하니 바람이 분다 가르마 곱게 탄 검은 머리 쪽 찐 엄마는 옥색 치마저고리 저만치 분꽃이 갸...
- 201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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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어빵 - 강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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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 상가 붕어빵 틀에서
붕어빵이 쏟아져 나온다
한 봉지 만선을 담는다
소리 없는 나팔꽃
돈 한푼 없는 은행나무를 생각하며
...
- 20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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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과 냉정 - 박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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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엮어 주고픈 계절이 있습니다.
여름과 겨울입니다.
넘치는 뜨거움에 타들어가는 몸을
차가운 입김으로 적당히 식혀 주길 ...
- 201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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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행선 - 김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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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만나지 못할 때가 있다
곧게 뻗은 두줄
멀리 헤어지지도 못한 채
고집과 아집 사이에
건너지 못할 깊은 강이 흐른다
같은 곳을 바라 보...
- 201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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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詩 1 - 정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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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씀이 다른 나라에도 있을까 이젠 겨우 밥술이나 좀 들게 되었다는 말씀, 그 겸허, 실은 쓸쓸한 安分, 그 밥, 우리나란 아직도 밥이다 밥을 먹는...
- 201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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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을 닮은 사람 - 이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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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께 사랑한다는 말 대신
좋아한다고 말하겠습니다
언젠가 찾아올 이별이
등을 짓눌러 심장이 터지고
열꽃이 식어버려도
조금은 덜
조금...
- 201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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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꽃 - 이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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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부치지는 못했으나 뚝 뚝 눌러가며마흔 번을접고 또 접어너에게 편지를 썼다 잘 있는지, 잘 사는지, 얼었던 그 강은 유유히 흐르고여전히 라일락향...
- 201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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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 2 - 김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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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 알몸의 햇살이 누웠다
잠시 다녀간 아비의 낡은 기억
가을볕은 울컥울컥 앓던 자리에 앉아
발개진 어미에게 틈을 내 주었다
얼굴 튼 ...
-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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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 고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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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는 다는 것은
비었던 것을 가득 채우는 충만이
자신의 온 몸에서 힘을 빼고
어깨를 늘어뜨리는 것이다
머리를 숙이는 것이다
실하...
- 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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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벼운 빗방울 - 허형만
- 빗방울이 무겁다면 저렇게 매달릴 수 없지가벼워야 무거움을 뿌리치고무거움 속에의 처절함도 훌훌 털고저렇게 매달릴 수 있지나뭇가지에 매달리고 나뭇잎...
- 201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