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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8-27 18:15:57
  • 수정 2018-08-27 18: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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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풍경을 보고 그 여운을 기록하는 일은 여행자의 가장 큰 행복이다.


▲ 유영희 詩人

지난 주말 세 친구와 강원도 인제 내설악에 위치한 예술인촌에 다녀왔다. 여행을 즐기는 우리는 풍경을 보기 위한 여행이 목적이 아닌, 풍경의 낮은 음률과 따뜻하고 고요한 고독을 가진 예술가의 홀연한 이야기를 듣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세계테마기행 터어키편에 출연한 이호준 작가는 ‘나를 치유하는 여행’ ‘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안부’ ‘문명의 고향 티스리스 강을 걷다’, 그리고 내가 가장 보고 싶은 자연현상 중 하나가 오로라다, 라고 말한 ‘세상의 끝 오로라’는 여행자의 마지막 버킷리스트 같은 여러 시선의 책을 출간했다.


여행 작가, 시인, 칼럼니스트 등 수 많은 수식어를 가진, 작가가 머무는 여시재는 그곳에 사는 김주표 전각작가가 새겨준 여행과 시가 흐른다는 뜻의 당호이다.


친구를 향한 아낌없는 손짓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세상사 복잡한 일에는 관심 없는 김 작가는 늘그막에 좋은 친구를 곁에 두고 싶어 꼬드겼다며 주름진 까만 얼굴로 매일 내려와 친구의 얼굴을 보는 게 가장 큰 기쁨이라며 속살 깊은 얘기를 한다.


홍자색나비무늬 꽃을 피우려 둥근매듭풀이 초록으로 빛나는 정원 돌길을 따라 걸으니 소나무에 걸린 풍경 소리가 차라랑 우리를 반겨준다. 시인의 작은 텃밭 혼신을 다해 자라는 소박한 작물을 보며 견딤이란 견고한 생의 인고를 배운다.


자귀꽃이 부채춤을 추며 바람을 들이고, 열매를 맺어 태양에 농익은 산미나리가 노란 꽃을 피우는 여시재는 곳곳이 화원이다.



자연을 품은 사람만이 은빛 강물의 노래를 듣고 노래하는 새가되고 별이 되는 그래서 은유로 시를 빚는 것인가.


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새로운 만남이다.


한 예술가를 만나기 위해 지내온 여정을 파란으로 간직한 이야기를 들으려 다른 여행자들과 밤하늘별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파티를 했다. 평생을 세계 곳곳을 누비던 그가 한 곳에 터를 두고 머문다는 것은 여행의 끝남과 멈춤이 아니다.


아리라는 일년생 사자 개와 새벽 산책을 하면서 매일 새로운 풍경과 만난다고 한다. 이슬이 앉은 곳 주변 산허리와 봉우리를 감싼 안개는 지상 최대의 자연 수묵화다.


‘아리 공주님은 식물에 관심이 많아 산책시간이 길어지지, 신중하게 냄새를 맡으며 특히 관심이 가는 식물 앞에서는 저렇게 대화를 한다니까, 큰일이야 애를 유학이라도 보내려면 더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야 하는데 돈 버는 재주가 없어’라며 재치 있는 말씀도 하신다. 화려한 수식어에 물질을 더하며 사는 예술은 정말 힘든 일인가보다.


15분 거리에 백담사가 있고 십이선녀탕이 있으며, 집 앞 내린천 줄기에 이름 없는 강에 사강이란 그의 호를 붙여 사강천이라 부른다.




1급수 얕은 계곡을 걸으며 쏘가리, 눈치, 쉬리, 빠가사리, 꺽지란 민물고기를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원대리 자작나무숲이 있으며, 옛날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말에게 물을 먹이며 쉬어가던 마장터는 지금 한 가구만 사는 오지중의 오지인데 작가가 가장 아끼는 곳이라고 한다.


세상의 말들 중 가장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말이 뒤에서 수군거리는 모함이나 비방이다. 자신의 저서를 읽고 자살을 생각한 마음을 접게 해 주어 고맙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것이 작가로서 보람된 일이 아니냐고 말하는 그를 본다.


치유란 자신과 타인과의 상생으로 보듬는 가장 아름답고 값진 일이라 생각할 때, 하늘에 쏟아질 듯 선명하게 박힌 별들 아래, 예술인촌 실내공연장 문 쪽에서 반딧불이를 봤다고, 나약하게 늙어가는 눈으로 봤다고. 그래서 ‘반딧불이 보유집’ 이 되었다는 작가의 현란한 감격을 들었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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