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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9-09 12:49:00
  • 수정 2015-09-09 14: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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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노인이 자전거를 타고가다 넘어진 광경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한 국회의원의 정수를 더 늘이겠다고 몰염치한 발표를 했다가 극심한 여론의 반대에 부딪쳐 슬쩍 꼬리를 내리던 지난 여름날의 낯 뜨거움, 가뭄과 메르스 경기침체 때문에 힘들어 하는 국민을 생각하면 도저히 대립할 없는 추경편성을 두고도 어깃장을 일삼는 그 날들의 기억을 계절은 용케도 흩어 놓았다.


폭염처럼 날카롭게 파고들었던 메르스의 공포로부터 수십일 동안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그들과 숙식을 같이하며 뜨겁고, 무거운 방호복을 입은 체 감염의 위험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사투를 벌인 의사와 간호사들의 헌신. 서민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을 때 청주의 어느 상가 건물주는 자진해서 한숨소리가 높아진 세입자들의 임대료를 50%만 받아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며 절로 고개를 숙인 계절이 왔으리라.


오후 햇살을 가르며 지나는 기자의 차가 멈춘 곳은 자전거를 가로질러 엎어진 체 얼굴가득 피로 얼룩진 70대 노인의 손짓이 허공에 머문 현장이었다.


쓰러진 노인의 얼굴주변 바닥은 피로 흥건했고 주위엔 다급하게 전화중인 한 남자 뿐. 이토록 조용하나 싶었다. 기자는 혹시나 교통사고가 아닐까 추측하며 통화가 끝난 그에게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상황을 물어보자 퉁명스러운 눈짓 뿐 대답의 시간이 느렸다. 약간 위압감을 느끼는 그 상황에 뭔가 속삭이는 노인에게 눈길과 함께 몸이 다가갔다.


역한 술 냄새와 피비린내. 그제야 그 상황을 추측할 수 있었다. 노인은 연신 괜찮다며 아들을 불러달라고 했지만 병원으로 호송해야 한다는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한 남자를 의심하며 다가선 기자의 등 뒤로 하나, 둘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여기저기 전화로 노인의 신원이며 상황들을 전하느라 소란스러워졌다. 그때 119구급차가 도착하며 대원들은 노인을 응급처치 후 호송에 이르렀다.



▲ 119구급대의 응급처방 및 긴급호송 전



그때 저만치 정차 중이던 차안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한 여성이 그 남자 곁으로 오자 그제야 소방대원들에게 자기 신원이 필요한가 묻고 이제 가도 괜찮겠느냐는 투박한 말투에도 초조함이 역력한 말끝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기자는 그가 죽산에 살고 있는 40대 초반의 시민이며 부인과 급한 볼일이 있어 어딘가로 향하다가 쓰러진 노인을 목격해 지금껏 지키고 서 있었다는 것 외에 확인한 바 없어 아차 싶었다. 떠나는 그의 차 뒤로 흘러 온 엔진소리가 기자의 머리를 툭 치는 듯 했다. 이런 간사함과 선입견에 대한 항변처럼.


기자가 본 지난 7일 가을날 오후 죽산면 관음당 부근 한 시민의 선행은 햇볕을 갈망하는 벼 이삭들의 무게처럼 고개를 조아리게 만들었다.


켄 블랜차르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그의 저서를 통해 고래의 멋진 쇼를 만드는 비결은 바로 칭찬과 격려라고 단언 한다. 우리들이 사는 작금의 세상은 혹시 이기심, 의심, 독설에 밀려 칭찬이나 선행, 배려 같은 긍정적인 단어들이 말라있는 것은 아닐까?


기자는 이번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얼어붙은 가슴을 녹이고 더러는 칭찬과 배려를 뛰어넘는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하는 선행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생각해본다. 배려와 희생의 대명사로 통하는 어머니란 이름처럼 힘들고 어려운 사회를 밝혀주는 촛불과도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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