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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5-27 23:06:03
  • 수정 2018-05-27 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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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밥이 있어도 나는/ 아내 없으면 밥 안 먹는 사람// 내가 데려가 주지 않으면 아내는/ 서울 딸네 집에도 못 가는 사람// 우리는 이렇게 살면서/ 반편이 인간으로 완성되고 말았다

                                              - 나태주 시인의 ‘완성’ -


▲ 유영희 詩人


샛노란 애기똥풀과 찔레꽃 하얗게 핀 고삼저수지를 바라보는 차창 밖 풍경은 도화지가 넘어가는 스케치북이다.


세상 애기들 옹알이가 여기에 다 모인걸까, 애기의 배설조차 사랑스러운 길가에서 늦봄은 아직 초봄처럼 살랑된다. 시간을 신록에 던진 낚시꾼의 뒷모습을 보면서 대농리에 사는 지인의 집으로 향했다.


광진이 아저씨로 불리는 그 집의 대문은 고목이 된 라일락과 돌단풍이 대신한다. 라일락에는 솜씨 좋은 형부의 솟대가 행복을 기원하며 꽂혀 있다. 잔디를 입은 마당 입구에는 토종 코스모스가 한 뼘 길이로 자라 있고, 오른쪽 비탈진 곳에는 보라색 아이리스가 군락을 이루어 신비함을 더했다.


이곳에 터를 잡고 25년을 살고 있다는 60세 아저씨 얼굴은 평온했다.


아무것도 없던 맨땅에 심은 어린나무가 집의 높이가 되어 늙은 능소화는 머리카락이 잘렸다. 구상나무에는 비둘기가 다세대 주택을 짓는 바람에 위험을 면했다며 호연지기 같은 아저씨 웃음이 호방하다.


▲ 이곳에 터를 잡고 25년을 살고 있다는 60세 아저씨 얼굴은 평온했다.


안주인이 시원한 비트차를 내왔다. 통유리창 거실에서 밖을 내다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때 새들이 석양의 집으로 들어 시끄러워도 평화로운 집이다.


동물을 좋아해서 작고 큰 개들이 매칼없이 짖고 닭장의 수탉은 때도 없이 울어도 좋은 시골의 넓은 마당은 이래서 적요를 등불로 두나보다.


불두화 흐드러진 텃밭에서 장화를 신고 뜯어준 곰취, 더덕순, 하얀민들레, 뽕나무잎, 씀바귀를 건네받으며 고마워요 부러워요를 연발했다.


행복한 시간을 맞기까지 수많은 통증이 있었다는 부부의 사연을 들었다.


사는 법이 서툰 생의 한 때 절망하지 않고, 버리지 않고 기다리고 이해하며 감싸주는 포용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오늘과 같은 미소 간직한 부부의 시간을 빗물처럼 듣는다.


▲ 부부는 매일 칼로 물 베기 싸움으로 사랑을 확인한다.


서로를 사랑하고 놓아주고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부부 살이, 싸우고 화해하는 우화의 과정을 거듭하며 해답 없이 미워하고 사랑하고 또 미워하며 사랑하는 사이.


천 개인지 만 개인지 모를 물방울로 내리는 비가 하나로 내리는 밤, 부부는 칼로 물 베기 하는 일체로 움직여야 한다는 말을 훌훌 부려본다.







[덧붙이는 글]
필자 :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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