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네들만 모여앉은 오후 세시의 탑골공원
공중변소에 들어서다 클클, 연지를
새악시처럼 바르고 있는 할마시 둘
조각난 거울에 얼굴을 서로 들이밀며
클클, 머리를 매만져주며
그 영감탱이 꼬리를 치잖여― 징그러바서,
높은 음표로 경쾌하게
날아가는 징․그․러․바․서,
거죽이 해진 분첩을 열어
코티분을 꼭꼭 찍어바른다
봄날 오후 세시 탑골 공원이
꽃잎을 찍어놓은 젖유리창에 어룽어룽,
젊은 나도 백여시처럼 클클 웃는다
엉덩이를 까고 앉아
문밖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오래도록 듣는다
바람난 어여쁜, 엄마가 보고 싶다
<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창작과 비평사>
<김선우 詩人>
1970년 강릉 生,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 1996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가 당선되면서 등단. 시집으로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창작과비평사, 2000), 『도화 아래 잠들다』(창작과비평사, 2003),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문학과지성사, 2007),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창비, 2012)가 있다.
산문집으로 『물 밑에 달이 열릴 때』(창작과비평사, 2002), 『김선우의 사물들』(눌와, 2005), 『우리 말고 또 누가 이 밥그릇에 누웠을까?』(새움, 2007). 애창시 시모음집 『어느 하루 구름극장에서』(단비, 2013)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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