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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1-09 17:4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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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라(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원)


내 어릴 적 지금처럼 늦은 가을의 들녘은 마을 전체를 약간 흥분된 분위기로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해 동안 땀 흘려 키운 농작물을 수확하는 기쁨과 내년을 준비할 수 있게 차여가는 곳간을 바라보는 흐뭇함, 조금이나마 남는 것을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리라.


매일 올라오는 굴뚝의 연기에 따스함이 더하고, 밥 먹으라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도 여유와 사랑이 묻었다는 느낌은 나만의 경험이 아닐 터이다. 그렇게 나 어릴 적 가을 들녘은 농익은 황금색 물결과 따스함으로 가득했다.


올해도 들녘에는 각종 농기계가 돌아다니며 수확물을 거두고, 낫을 손에 쥔 할아버지, 할머니가 논둑에 심은 콩, 깨 등속을 거둬들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 표정이 어릴 적 그 분들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나뿐일까.


쌀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농업의 기반은 여전히 위태위태하다. 1990년대 우루과이 라운드로 시작된 농업의 위기는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이다. 식량자급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초거대기업으로 불리는 다국적기업들은 하나둘 토종농업회사들을 굴복시키며 우리나라 농업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적폐세력 퇴진을 불러온 백남기 농민이 부르짖던 ‘쌀값 현실화’는 이번 가을에도 안성을 포함한 전국 곳곳의 외침이었다. 1년 내내 농사 지어봐야 농지대, 비료대 등을 제외하면 1천만원을 벌기가 힘들다 한다. 들녘에서 젊은 농부가 사라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 전 한 지역신문에서 안성농민회 회장님의 글을 읽었다. 제목부터 너무 서글펐다. ‘쌀값은 농민 값이다.’ 글을 읽기도 전에 농민들의 절절함과 위태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무분별한 쌀 수입과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농업정책 등으로 쌀값은 30년 전 가격으로 폭락하고, 대다수의 농민이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한다는 적나라한 현실을 적시한 글은 안타까움에 몸둘 바를 모르게 했다.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는 왜 이리도 어두운 것일까. 과연 해결방법은 없는 것일까. 농업대책, 우리는 이 단어를 애써 외면하는 것은 아닐까. 내 일이 아니니까, 상관이 없으니까, 모른 척하는 것은 아닐까? 가을 들녘을 바라보는 시선이 편치 않다.


자동차 판매를 위해 농업을 희생해야 하는 현실이 아닌, 삼성 재벌을 배불리는 FTA 협상 체결을 위해 수입농산물을 확대해야 하는 현실이 아닌, 매년 11월마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주름살 깊게 패인 농민들의 현실에 맞춘 정책이 절실하다.



정부는 산지 가격 안정화와 수급대책 마련, ㎏당 3천원 쌀값 보장,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등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숙제를 앞당겨 풀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지난해 수천만 개의 촛불이 요구한 사회개혁이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시작 걸음이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빼빼로 데이로 기억될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70%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안성을 방문해 농업인의 아픔을 어루만지겠다고 약속하셨다. 우리의 밥상을 책임지는 농업인들이 진정으로 웃으며 농업인의 날을 자축할 수 있도록 정치권은 물론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것이라 믿는다.


농업인의 날을 맞아 안성시민 역시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농업이야말로 국민경제의 기본임을 인식하고, 쌀 산업의 위기 속 농업인들에게 힘을 보태주길 기대한다. 농민 여러분, 너무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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