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가 무리져 익어가는 곳을 알고 있다.
찔레 새순을 먹던 산길과
삘기가 지천에 깔린 들길과
장마 진 뒤에, 아침 햇살처럼,
은피라미떼가 거슬러 오르던 물길을 알고 있다.
그 길을 알고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넘실넘실 춤추는 꽃상여 타고 가시던 길,
뒷구리 가는 길, 할아버지 무덤가로 가는 길
한철이 아저씨가 먼저 돌아간 부인을 지게에 싣고,
타박타박 아무도 모르게 밤길을 되짚어 걸어간 길
웃말 지나 왜골 퉁정골 지나 당재 너머 순한 바람 되어 헉헉대며 오르는 길,
그 길을 따라 송송송송 하얀 들꽃 무리 한 움큼씩 자라는 길,
그 길을 따라 수줍은 담배꽃 발갛게 달아오르는 길
우리 모두 돌아갈 길
그 길이 참 아득하다.
<문학과지성사 / 2005년 / 104페이지>
<윤중호 시인>
1956년 충북 영동군 심천생
숭전대학교(현 한남대) 영문과를 졸업
1984년 계간 <실천문학>등단
<삶의문학> 동인으로 활동
시집으로 <본동에 내리는 비>
<금강에서>, <청산을 부른다>
유고 시집<고향 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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