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녁을 향하여 정조준을 끝낸 화살을 띄운다
마지막- 이라는, 필생의 한 판 승부를 위하여
저 먼 하늘 끝으로 시위를 날린다
날아가는 일은 지금의 운명,
포기할 수 없는 힘에 갇힌 중력으로
한번 거칠게 부딪쳐 보자는 듯
더 높이 떠오르는 일의 불굴의 욕망만으로
그의 입은 가득해진다
마침내, 떨어져 내려야 할 충격적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다가오면서
불의 주둥이에 갇힌 크나큰 고통이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그는 끌어당기는 하강의 속도로 파르르 떨리면서
한 순간에 힘을 쏟아야 할 시점에 이르러,
그것은 폭풍 같은 명중으로
가슴을 치면서 우뚝 서 있거나
또는 어처구니없이 텅 빈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일의
그 중에서 하나가 될 것이므로
오, 마지막 선택은 시작된다
<이수익</span>시인>
경상남도 함안에서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과를 졸업
196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현대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고별》,《우울한 샹송》,《슬픔의 핵》,
《그리고 너를 위하여》,《아득한 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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