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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4-11 20: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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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로부터 빠듯이 세상에 밀려나온 나는 또 한번 나를 내 몸으로 세상 밖 저쪽으로 그렇게 밀어내고 싶다 그렇게 나가서 저 언덕을 아득히 걸어가는 키 큰 내 뒷모습을 보고싶다 어머니가 그러셨듯 손 속에서 손을, 팔다리 속에서 팔다리를, 몸통 속에서 몸통을, 머리털 속에서 머리털까지 빠뜨리지 않고 하나하나 빼곡하게 꺼내어서 그리로 보내고 싶다 온전한 껍질이고 싶다 준비 중이다 확인 중이다 나의 구멍은 어디인가 나갈 구멍을 찾고 있다 쉽지 않구나 어디인가 빠듯한 틈이여! 내 껍질이 이 다음 강원도 정선 어디쯤서 낡은 빨래로 비를 맞고 있는 것이 보인다 햇살 쨍쟁한 날 보송보송 잘 말라주기를 바란다 흔한 매미 껍질 같이는 싫다 그건 너무 낡은 슬픔이지 않느냐








<정진규 시인>


1939년 경기 안성 출생. 고려대 국문학과 졸업.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마른 수수깡의 平和』(1965) 『有限의 빗장』(1971) 『들판의 비인 집이로다』(1977) 『매달려 있음의 세상』(1979) 『비어있음의 충만을 위하여』(1983) 『연필로 쓰기』(1984) 『뼈에 대하여』(1986)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1990) 『몸詩』(1994) 『알詩』(1997) 『도둑이 다녀가셨다』(2000). 한국시인협회상, 월탄문학상, 현대시학작품상, 공초문학상 등 수상. 한국시인협회장, 한양여대 교수 등을 거쳐 시 전문지 월간『현대시학』 주간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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