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김보라 시장 기자회견…그간 대응 및 향후 협상 방향 밝혀
“기존 협약에 연연하지 않겠다”…직방류 전제 없이 방류 방식부터 재검토
주민 참여 상생협의체 추진…농업용수 안전기준 마련·피해 예방 대책 강화
▲ 안성시는 23일 김보라 시장 주재로 기자회견을 열고, 용인 반도체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한 그간의 대응 상황과 향후 추진 방향을 밝혔다. [우리타임즈 = 김영식 기자] 안성시는 23일 김보라 시장 주재로 기자회견을 열고, 용인 반도체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한 그간의 대응 상황과 향후 추진 방향을 밝혔다.
시는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산업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산단 조성에 따른 혜택은 용인시에 집중되고 환경오염과 농업 피해 등 부담은 안성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시민의 안전과 이익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시는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방류수 유입과 경관 훼손 및 주민 재산권 침해가 우려되는 송전선로 건설, 대기오염과 주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LNG 발전소 건립 등을 주요 현안으로 꼽았다.
또한 2021년 체결한 SK 상생협약의 한계와 협약 체결 이후 변화한 사업 여건을 설명했다. 당시 협약에는 방류수 수질·수온 개선, 산업단지 조성 지원, 지역 상생협력사업, 농업 진흥 시책, 하천 정비, 도로망 확충 등 15개 항목이 담겼지만, 이행을 강제할 조항이 없고 일부 내용의 구체성이 미흡해 기존 협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 LNG 발전소·송전선로·방류수 유입 등 관련 대책 마련 요구
시는 관계 기관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며 분야별 대응을 추진해 왔다.
발전시설과 관련해서는 용인 SK일반산단 LNG발전소의 천연가스관로 매설 변경을 추진했다. 안성을 경유하는 노선에 대해 교통정체와 도로침하, 가스 폭발 사고 등 안전 문제를 제기하고 도로관리심의 과정에서 보완을 촉구했으며, 지난해 2월에는 심의 접수를 반려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단의 LNG발전소에 대해서도 입지 변경과 환경영향 분석, 피해 예방·저감 대책 마련,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투자 및 지원 등을 건의했다. 송전선로와 관련해서는 노선 지중화 등을 요청하며 주민 생활과 안전을 고려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방류수 문제는 수계 안전성 확보를 선결 조건으로 삼고, 현재까지 시험 방류를 저지하고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수질 검사 항목 확대, 합동점검위원회 운영규정 마련, 농업환경 사전 조사와 피해 보상 등 기존 상생협약에 담긴 내용을 구체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한천 추가 재해영향평가와 고삼저수지 상류 재난예방시설 설치, 대기질 개선 및 온실가스 감축 방안, 농산물 계약 물량 배정과 적정 가격 매입 등 추가 요구 사항도 제시했다.
■ “주민 참여 상생협의체 통해 기존 협약에 얽매이지 않고 바이패스 포함 협상 추진”
시는 변화한 사업 여건을 반영해 상생협의체를 중심으로 추가 협상을 추진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 산업계,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통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후환경에너지부에 상생협의체 구성과 논의 의제를 제안했으며, 용인시 반도체 산단 대응단에는 전담 인력 4명을 배치했다.
주요 논의 안건에는 바이패스를 포함한 방류 방법과 수질·대기 측정 및 피해 보상, 농업환경조사, 송전선로와 LNG발전소 관련 피해 보상, 제도 개선 등이 포함된다. 시는 방류수와 농업용수 문제를 안성에 국한된 지역 현안으로만 다루지 않고, 국가 차원의 기준 마련까지 포함해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김보라 시장은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이 환경·농업 피해와 안전 문제를 일방적으로 감당해서는 안 된다”며 “시민의 안전과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관계 기관과 신속하게 협의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이어 “앞으로도 변화하는 사업 여건을 면밀히 살피고, 안성시민이 소외되거나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필요한 대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질의응답서 드러난 안성시 입장…“안성에 방류수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 최선”
기자회견에 이어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는 기존 상생협약의 향방과 바이패스 추진 가능성, 농업용수 안전기준 마련, 향후 협상 전략 등을 놓고 질문이 이어졌다.
김 시장은 기존 상생협약을 즉각 파기하겠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직방류를 전제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존 협약에 담긴 시민 지원과 환경 관련 합의 사항을 무조건 폐기하기보다는 변화한 사업 여건을 반영해 내용을 보완하고, 방류 방식부터 다시 논의하겠다는 취지다.
김 시장은 “지금 시의 입장은 파기를 선언할 때는 아니다”라면서도 “기존 협약보다 더 진전된 방향으로 변화된 상황을 반영한 내용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가 요구하는 내용이 관철되지 않고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다면 그때 가서는 기존에 진행됐던 협상을 유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약 파기를 먼저 선언하기보다는 재협상을 통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되,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기존 협상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패스를 포함한 방류 방식과 관련해 김 시장은 “가장 좋은 것은 안성시 구역에 방류수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협상 초기 단계에서 구체적인 협상 마지노선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시의 내부 방침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들의 의견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협상에 들어가게 되면 지역 주민들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시의 내부 방침도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농업용수 안전성 확보와 관련해서는 현행 검사 항목과 기준의 한계를 지적했다. 반도체 처리수와 관련해 우려되는 일부 물질이 현재 농업용수 검사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아, 기존 기준만으로 안전성을 충분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농업용수로 검사하는 항목에 반도체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로 우려하는 항목들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중금속과 잔류 농약 등 검사 항목을 확대하고 법적 기준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친환경 농업 관련 검사 기준 등을 참고해 추가 검사를 요구해 왔으며, SK 측도 상당 부분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이 협의 과정에서 추가 검사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인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 차원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시장은 “농업용수라고 한다면 최소한 우리가 요청했던 중금속과 농약 잔류 검사 등의 항목을 포함하고 법적 기준치를 정해야 한다”며 “경기도의 전문 연구기관들과 함께 기준을 마련하고 기후환경에너지부에도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상 구조를 확대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동안 안성시와 용인시, SK하이닉스 등을 중심으로 진행한 협의만으로는 방류 방식 변경과 환경영향평가, 국가 차원의 안전기준 마련 등 복합적인 현안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경기도, 공공기관, 산업계, 주민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통해 수질·대기, 농업, 송전선로·LNG발전소 등 분야별 현안을 논의하고 제도 개선까지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의 공장 가동 일정도 향후 협상에서 중요한 변수로 거론됐다. 김 시장은 공장 가동이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상황에서 그 전에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사업 추진과 지역 갈등 모두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관계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 불필요한 갈등을 막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협약을 즉각 파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기대하는 지원과 어렵게 합의한 환경 관련 내용까지 한꺼번에 무효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협약을 지키는 데만 머무르지 않고, 방류 방식부터 다시 논의해 변화한 상황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 시장은 “안성시가 직방류를 받아들이고 농민들의 피해와 우려를 외면한 채 다른 것을 얻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밝혔다.
안성시는 앞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해 상생협의체 구성과 관계 기관 협의를 추진하고, 바이패스를 포함한 방류 방식 재논의와 농업용수 안전기준 마련, 피해 예방 대책 등을 놓고 추가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