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반도체 초격차 전략회의서 2차 행정지도…“환경영향평가 강화하고 주민에게 전 과정 공개해야”
“주민 설득보다 기업의 방류량 감축과 행정의 검증이 먼저”
▲ 추미애 경기도지사 [우리타임즈 = 김영식 기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발생하는 폐수의 안성 고삼저수지 방류 문제를 놓고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2차 행정지도에 나서며 기업의 폐수 방류량 자체를 줄이고 환경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 수위를 높였다.
추 도지사는 지난 10일 제4차 반도체 초격차 전략회의와 관련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반도체 공정수 방류량을 최소화하고, 안성 고삼저수지 방류와 관련한 환경영향평가 및 환경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중앙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동안의 회의 과정과 기업에 요구한 사항, 기업의 이행 여부를 경기도가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한 모든 과정을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정지도의 핵심은 단순히 방류수의 수질을 기준에 맞게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의 양 자체를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추 도지사는 기존 행정지도에 따라 반도체 공정수의 방류수량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에서 사용한 물을 처리해 배출하는 방식만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공정수 재사용과 재활용을 확대해 최종적으로 방류해야 하는 물의 양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경기도는 기후환경에너지부에 안성 고삼저수지 방류 기준 등을 포함한 환경영향평가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의 국가적 중요성을 인정하더라도 대규모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방류수가 하천과 저수지, 농업환경 및 수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 도지사가 강조한 또 하나의 핵심은 주민에 대한 정보 공개다.
그동안 진행된 회의 경과와 기업 측에 요구한 사항, 기업이 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경기도의 관리·감독 과정 등을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안성 고삼저수지와 관련해서는 2021년 상생협의안에 따라 조성되고 있는 생태저류지가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이 과정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방류하지 않을 것임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주민들이 직접 현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먼저 설명회를 열어 이해를 구하는 방식보다 행정과 기업이 먼저 약속한 조치를 이행하고, 그 결과를 주민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추 도지사는 이러한 과정이 선행돼야 비로소 주민 설득이 가능하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방류량 감축과 환경기준 강화 등 실질적인 조치 없이 주민 설득부터 시도한다면 어느 주민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2차 행정지도에는 반도체 용수 공급 문제에 대한 추 도지사의 인식도 담겼다.
추 도지사는 도지사 주재 반도체 전략회의에서 반도체 용수 공급 상황을 점검한 결과 하루 110만 톤 규모의 공급이 가능해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용수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발전용으로 활용되는 화천댐 물까지 반도체 용수로 공급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공공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의 용수 확보를 위한 공급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공공이 반도체 산업을 위해 안정적이고 풍족한 용수 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기업 역시 그에 상응하는 환경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추 도지사는 공공의 힘으로 값싸고 풍족하게 이용할 수 있는 용수 공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도 이를 역이용해 폐수 방류량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지난 7월 16일 있었던 1차 행정권고에서부터 이어졌다.
추 도지사는 당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행정권고를 공개하고,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혁신을 통해 물 사용량과 폐수 방류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사용하는 공정수(Process Water)의 활용 비율을 당초 계획보다 대폭 높일 것을 주문하면서 대만 TSMC의 사례를 직접 언급했다.
TSMC가 공정수를 최대 6회까지 재사용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세계 최고 수준의 물 재이용 기술을 적용해 방류되는 폐수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였다.
추 도지사는 당시 인텔과 TSMC의 미국 공장 사례도 제시했다.두 기업이 반도체 용수를 재활용하고 무방류 또는 최소방류를 지향하는 기술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인허가가 쉽지 않은 사막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면서도 환경피해를 줄이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물 재이용과 폐수 방류 최소화 분야에서도 그에 걸맞은 기술혁신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당시 추 도지사의 문제의식이었다.
7월 16일의 1차 행정권고가 “물을 최대한 반복 사용해 폐수 발생량을 줄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8월 10일 2차 행정지도는 이를 한 단계 더 구체화해 “방류량을 최소화하고, 환경기준을 강화하며, 기업의 이행과 행정의 관리·감독 과정을 주민들에게 공개하라”는 내용으로 확대된 셈이다.
결국 두 차례 행정지도의 방향은 하나로 연결된다. 공정에서 물을 최대한 재사용하고, 폐수 발생량을 줄이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방류수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환경기준을 적용하고, 그 이행 과정은 주민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막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부담을 특정 지역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지 않을 수 있는 해법을 찾는 데 있다.
공공이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면 기업 역시 그 물을 최대한 재사용하고 폐수 방류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특히 TSMC와 인텔 등이 물 재이용과 무방류·최소방류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어느 수준까지 환경기술 투자를 확대할지도 관심사다.
다만 행정절차법에 따른 행정지도는 직접적인 법적 강제력을 갖는 행정처분과는 성격이 다른 만큼, 실제 성과를 위해서는 기업의 자발적인 기술투자와 방류량 감축, 경기도의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뒤따라야 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안성 고삼저수지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단순히 폐수를 방류할 것인지 여부를 넘어 얼마나 물을 재사용할 것인지, 방류량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 어떤 환경기준으로 검증할 것인지,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주민들에게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할 것인지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추미애 도지사의 2차 행정지도가 실제 기업의 방류량 감축과 환경기술 투자, 엄격한 환경검증, 주민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향후 경기도와 기업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추미애 경기도지사 사회관계망서비스 내용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