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사막이 아름다운 건 우물을 숨겨 놓았기 때문이다’, 갈증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도 육신의 갈증이 아닌 마음의 속내를 어린 왕자는 이야기 한다. ‘물은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필요하다’고 한다.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보이지 않는 것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별이 아름다운 이유 역시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래전 작가가 쌓은 양질, 양서의 시간에 내 시간도 얌전히 올리고 싶다. 차를 좋아해 요즘은 발효시킨 연잎차를 마시고 있다. 후후 소리도 내지 않고 불며 차를 마시면 내 사납고 불안한 마음도 안전하다. 봄 곁에 눈길 두었던 꽃들이 무언이더라, 생각하며 걸으니 어느새 하얀 이팝꽃이 피었다. 모르고 지나칠 위기, 혹은 찰나가 아닌가 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어린 시절은 내게 어떤 기억이고 의미인가. 내 나이 또래는 비슷한 기억의 유년을 가지고 있다. 어제 지나치려던 우리 동네 선인장 이름의 옷가게를 운영하는 동생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생의 괴로움과 그녀 생의 괴로움이 맞물려 모두가 시절 인연으로 마음 아파하는 것을 알 게 되었다. 장미가 가시와 향기 모두를 가지고 있듯이 우리 서로는 자신을 찌르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 사랑이라 믿고 싶은 그런 사랑은 집착이라 하지 않는가.
이번 봄은 라일락 향기를 잃고, 아카시아 향기도 모르고 보낼 것이다. 어찌 오는 꽃향기를 다 내 일터에서 맡을 수 있을까, 그건 욕심의 한 줄기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꽃이 피고 지는 순서처럼 나의 발걸음과 숨소리도 카약을 젖는 소리처럼 조심스럽다.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이력서는 늘 이렇다.
나는, 시간의 어디서도 두려워한 적이 없다. 그래도 이 나이를 먹고서야 새들의 사랑과 육추를 급하게 안다. 사랑을 아는 모모처럼,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모모처럼, 사랑의 그림자는 진실과 사랑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겠다.
봄은 변덕스러워 늘 바람을 곁에 둔다. 흙먼지를 일으켜 꽃잎을 어지럽게 한다. 불변이 자연의 법칙이듯, 수용하면 우리는 우울하지 않다. 쌓인다는 것은 계절과의 결합이다. 우리는 무엇을 쌓으며 사는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의 공든 탑은 다 돈이거나 주식, 부동산 투자 이런 것들로 쌓여있다. 가질 수 없는 것에 욕심내지 않는 것이 나의 확실함이다. 아무 것도 없는 내게 솔깃한 제의가 와서 거절했다. 쌓이는 시간의 나는 가난하지 않으니 귀가 얇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