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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10-01 16:28:01
  • 수정 2016-10-01 16: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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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소하고 잔잔하지만, 전혀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닌’이야기. 책 <돌싱일기>, 대한민국 ‘돌싱녀’들의 일상을 담았다.



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누군가에게 선물 받아서가 아니다. 선물 받았다고, 누구나 다 책을 읽어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사실 나는 저자와 별로 공통점이 없다. 저자는 ‘여자사람’이고 나는 ‘남자사람’이다. 저자는 소위 ‘돌싱녀’고, 난 소위 ‘유부남’이다. 저자와 달리 나는 24년째 ‘조강지처’와 잘 살고 있다.



◆ 저자와 공통점이 ‘1’도 없는 내가 이 책을 집어든 이유.


이런 상황에서 <돌싱 일기>(도서출판 유심, 김세라 저)를 난 왜 읽었을까. 한마디로 책표지에 있는 저자의 고백 때문이다. ‘소소하고 잔잔한, 하지만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닌’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소소하고 잔잔한’보다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닌’이란 말이, 왠지 사연이 있어 보이지 않은가. 이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지는 ‘관심’이라고 저자가 받아들여주길 바래본다.


이 책은 일단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읽힌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것은 ‘소소하고 잔잔하지만, 전혀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닌’이야기들이기 때문이란 걸, 다 읽고 나서 알았다. 다만 저자의 필력 때문인지, 길지 않은 각각의 꼭지 때문인지 아니면 내용의 소소함 때문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아무튼 쉽게 읽힌다. 마치 각 꼭지가 아주 짧은 단편소설을 읽는 ‘느낌적 느낌’이다. 나 또한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으니까.


책 초반에 나오는 ‘돌싱녀에게 집적거리는(?) 남자사람들의 이야기’는 새롭진 않다. 사실 40~50정도의 내 주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돌싱’이 꽤나 많다. 혼자 사는 여자사람을 남자사람들이 호시탐탐 집적댄다는 이야기는, 나의 부모님 대에서도 늘 들어왔던 거다.


하지만 그녀들의 세세한 어려움은 저자가 제대로 알려주었다. 이 책에서 등장한 ‘술 취한 이웃남자’나 ‘부동산 남자’의 행동들이, 그녀들에겐 어마어마한 공포가 된다는 것도, 그녀가 들려줘서 알았다. 남자사람들에겐 단순한 ‘구애 행위’조차도, 그녀들에겐 얼마나 큰 압력인지도 말이다.


◆ “자신의 아픔보다 자녀의 아픔이 더 아파”


이것은 우리 사회가 가지는 ‘돌싱녀’들에 대한 시각이 크게 차지한다. 저자가 밝히는 ‘이혼녀주제에’란 글에서 가장 잘 말해주고 있다. ‘이혼남 주제에’란 말을 들어본 바가 없는 나로서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이혼녀는 조금이라도 ‘정신줄’을 놓는 순간 구설수에 오르거나 가십거리로 전락하기십상이다”란 그녀의 고백이 참 아프다.

하지만, 정작 그녀들의 심각한 고충은 따로 있었다. ‘사회의 따가운 시선’보다 더 뼈아픈 고민은 ‘그녀들의 자녀’였다. 그녀들이 겪는 아픔쯤이야(?) 자신의 선택의 대가라고 넘어간다지만(?), 그녀들의 자녀는 달랐다.


그녀들에게 ‘자신의 처지에 대한 연민의 감정’보다 훨씬 더 ‘자녀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차지하고 있다는 걸, 우리는 잘 몰라줬다. “같은 ‘돌싱’이라고 해도 애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생활은 천양지차다”란 그녀의 고백을 귓등으로 들었다.


더군다나 그녀들의 자녀들이 받는 사회적 대접은 어떠한가. 이 책에서 밝혔듯이 ‘결손가정이란 사전적 정의’는 나를 놀라게 했다. ‘부모의 한쪽 또는 양쪽이 죽거나 이혼하거나 따로 살아서 미성년인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가정’이란다.


부모가 다 있어도, 자녀가 방치되거나 억압받아서, 소위 ‘결여된 아이’들을 나는 수없이 보아왔다. 단지 출신성분(?)이 ‘이혼가정’이란 이유로 ‘결손가정’이라 치부된다면, 그녀들과 그녀들의 아이들을 두 번 죽이는 게 아닐까.


이혼가정이라는 이유로, 자녀가 군대에 가서조차 ‘관심병사’로 분류되었었다는 이 책의 보고는, 우리사회가 갈 길이 한참 멀었구나 싶었다.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은 둘째 치고, 아예 그녀와 그녀의 자녀들을 몰아붙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 “행복해도 될까요”라 묻는 그녀들에게 우리사회가 대답해야.


그럼에도 이 책에서 희망을 발견한 건, 저자의 담담한 고백 때문이다. 힘든 결혼생활에서 “이혼이 선택 가능한 카드중의 하나”라는 것. 그건 말 그대로 ‘부끄럽거나 잘못되거나 결여된’ 선택이 아니라는 거다.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일상적인 선택이라는 거다. 이혼을 목표로 결혼하는 커플은 없겠지만, 엄연히 우리 곁에 온 일상적 현실이다.


서양영화를 보며 항상 부러웠던(?) 것은, 이혼한 부부와 자녀들의 자연스러운 교류장면이었다.


이 책에서도 밝혔듯이 일본에선 지인을 모아놓고 ‘이혼식’을 한다. 우리 사회도 다른 여느 문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조만간 그걸 따라갈 게 분명하다.


그녀가 이 책을 쓴 동기, 즉 “불행한 결혼생활을 종결짓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보람”이라는 바람이, 이제 ‘소소하고 잔잔한 일상’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닌’ 그녀들만의 속병이 되진 말아야 하지 않을까.


“나 이제는 좀 행복해져도 되지 않을까”란 그녀의 마지막 물음에, “네. 그러십시오. 당신은 충분히 자격이 있습니다”라고 우리 사회가 대답할 차례다.



기사제공 - 오마이뉴스 송상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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