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희 시인[유영희의 共感同感] 마음이 허한 사람들에게 인생의 명쾌한 답을 주는 법륜스님은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고 했다. 말을 듣는 순간에는 그 의미에 끄덕이지만 마구 잎새가 바람에 휘날리는 속을 걸어가게 되면 왠지 쓸쓸하고 허전해지는 이유는 모르겠다.
새로운 직업을 가진지 한 달 보름이 넘어간다. 직업과 관련된 법정의무교육을 수강하면서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의 7가지 교육과 경기도 평생학습포탈 5가지 긴 교육을 듣느라 몇 날을 보냈다. 7가지 교육의 하나인 “노인인권”과 “노인학대신고의무자”에 관한 내용은 주가 되었다.
근무지까지 걸어가는 시간은 20여분으로 하루하루 변화하는 계절을 실감할 수 있다. 노인과 함께하는 시간은 숭고한 일이기에 새로운 직업의 전환을 맞이한 셈이다. 무심코 따둔 자격증이 이렇게 직업과 연결될 줄 생각도 못 했다. 한 동안 괜히 발을 들였나 갈등도 많았고, 언제든 그만두려는 마음을 가졌다. 힘들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조금씩 무너지면서 노인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치매와 편마비, 섬망 증상, 배회 등으로 입소한 노인들의 공간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이다.
그들과 함께하는 근무 환경에서 느끼던 답답함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진지하게 노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제 그 일의 종사가가 된 사람으로 노인 인권을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노인인구가 더 증가하면서 노인문제는 크나큰 우리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는 일은 누구나의 바램이다. 지식과 돈, 사회적 지위,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러한 상황에 닿으면 시설이란 공동체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낙엽 뒹구는 길을 걸어간다. 여러 색의 소국은 바람에 말라가고 개울물 소리도 차게만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잔잔해지며 생의 윤기 사라진 눈빛을 다독이게 되며, 배설의 시간을 인지 못하는 몸은 먹을 것만 기다리는 삶만 있는 곳도 알고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다. 그곳도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고, 위문 공연과 공경의 따스한 말들이 가득하다.
꽃들은 말하지 않아도 피었다 진다. 오늘도 인지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다. 노인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노래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며는 못 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가 크게 울리고 강사는 우렁차게 흥을 돋운다.
이미 놀만큼 놀다 온 시간일 수도 있다. 그들의 굳어가는 두 손을 맞잡게 하여 박수를 유도하는 아름다운 단풍빛 갤러리를 이 가을에 훈훈하게 전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