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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0-01 16: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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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마음을 정돈할 공간을 찾다가 논산에 위치한 명재고택을 방문했다. 


명재고택 사색의 길은 1코스와 2코스로 나뉘는데, 1코스는 명재고택, 전망대, 선비계단, 명재고택으로 돌아오고, 2코스는 명재고택, 전망대 선비계단, 노성궐리사, 명재고택 순이다. 사색의 길이란?, 사색, 토론, 학문에 정진한 옛 선비들이 거닐던 옛길을 자연 친화적인 산책길로 새롭게 조성한 길이라 한다.

 

400년 몸통 굵은 느티나무가 있는 언덕위에서 내려다보면 명재고택의 자랑인 수많은 장독대가 나란히 열을 맞춘 장관이 그 세를 말해주는 듯하다. 지금은 맑은 간장도, 된장도 없는 비어있는 장독, 옛 시간을 잠재운 둥근 모양의 파안이 부드럽다. 오래된 것들은 아무리 보아도 늙지를 않는다. 푸른 시간을 거치면서 고택을 다지는 모든 것들이 위로의 뜰인 고택에서 불민한 마음도 한 풀 놓인다.

 

아주 오래전 따 놓고 잊고 있던 자격증이 생각났다. 2기 때 취득한 요양보호사 자격증이다. 나이를 먹으니 직업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는 일을 하기 위해 면접을 보고 취업을 했다. 내일 첫 근무가 시작된다. 누구는 미리 부정의 겁을 주고, 어떤 이는 긍정의 용기를 준다. 그 두 가지를 절충하며 내안의 생각들과 부딪힌다. 하지만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한 번 해보자고 주먹을 쥐어본다.

 

이럴 때 꼭 드는 생각이 있다. 왜 좀 더 나은 내 인생을 개척하지 못하고 나이를 먹었을까, 하며 후회해도 소용없는 울림을 애써 외면한다. 두 번째 직업을 기점으로 제2의 시간으로 구분해본다. 익숙한 일을 떠나 새로운 일과 만나는 것은 정말 두려움이 가득하다. 고택의 낮은 기와 담을 걸으며 삿된 기운을 털어내도 불쑥 밀려드는 미로는 어쩔 수 없다.

 

제2의 시간은 중장년 일자리를 시작하는 세대의 공통된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퇴직 후 너무 오래 쉬었다. 쉬는 일도 최적화가 되나보다. 적당한 노동이 없이, 수개월 동안 얻은 것은 진정한 휴식이 아니라 의욕과 용기를 잃은 사람으로 변해가는 일이었다. 감기처럼 온 매너리즘을 걷어내려고 숲길을 걸으며 보이지 않게 용맹하게 사투를 한다.

 

인생은 새옹지마, 즉 세상일은 화가 복이 되기도 하고, 복이 화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하고, 광음여전은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 헛되이 쓰지 말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야 함을 교훈하는 사자성어로 지금 순간의 내가 눈여겨 볼 말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한다. 가을비가 충분히 초목을 적시고, 나의 어수선한 마음도 자강불식을 깨달아 단단해지고 있음을 확신한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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