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휘어진 시곗바늘이 부러웠어 차라리. 부러진 뼈들은 오후 내내 어두웠어. 얼음조각을 고막까지 밀어 훅, 뜨거운 입김에 금방 녹을 거 같았지. 네들의 감촉은 너무 생생해서 문은 저절로 닫혀. 말려줄 간수는 어디 간 거지. 한턱 쏘기 대신 악마를 질렀어. 소릴 질러도 막이라는 이름에 막혀 기가 막혀 막장인가 봐. 화려하게 내건 슬로건을 지날 땐 현기증이 났어. 나는 아직 어려. 밖은 별이 흐르지만 내 공전 주기는 느려서 피는 다 빨려나갈 거 같아. 입양 말고 피양을 원해도 진공 상태의 상상력일 뿐 미늘을 문 입처럼 오버하긴 멀어. 표정을 조금씩 방류하는 법을 배우기까지 무감각 상태*로 있으려니 빈 울음은 쌓여 배 안의 피떡처럼. 괜찮아, 후일 옥중 서신이래도 영혼은 잠들지 않으니까.
*apathetic

박용진 시인
2019년《시와반시》소시집 으로 등단했다
시집『파란꽃이 피었습니다』
- 시작노트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는 오래도록 학대 받았다. 사망 직전에는 무감각해진 상태로 아픔도 느끼지 못했다. 무감각(apathetic)이라는 단어가 "아파"라고 읽힌다. 좋은 곳에서 축복 받으며 다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