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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5-19 09: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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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가게의 모종가게는 이맘때면 해마다 손님들로 북적인다. 싱싱한 모종을 사려는 발길이 끊이질 않아 가게 앞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햇빛과 비를 가리는 천막 아래, 난간 위로는 제비 소리가 요란하다. 어느새 이웃 떡집과 고추방앗간 천막 난간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며 무언가를 살피는 두 마리 제비가 눈에 띈다. 부부로 보이는 이 제비들의 왕래는 마치 진지한 답사라도 하듯 분주하다.

 

“설마 이 시끄러운 곳에 둥지를 틀려는 건 아니겠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들이 더 조용하고 안전한 곳을 선택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며칠째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린 듯, 그들은 결국 모종가게 천막 우측 상단 안쪽에 둥지를 짓기 시작했다. 


진흙과 지푸라기를 물어와 원형을 이루며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그 모습이 얼마나 정교하고 부지런한지 감탄이 절로 난다. 피곤한 기색도 없이 쉬지 않고 지저귀는 제비들의 수다는 마치 공사 현장의 협의와도 같다.

 

머리 위에 둥지를 짓는 그들을 가까이서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조심스러워진다. 일을 돕다 문득 위를 쳐다보면 제비는 낮게 날아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위협을 가하는 시늉을 한다. 작고 가벼운 몸, 약 18cm의 크기와 20g 남짓한 무게, 참새목 제비과에 속한 제비는 잡식성이며, 우리에게 동화 속 친구처럼 익숙한 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통해 제비를 배웠다. 가난하고 마음씨 착한 흥부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자, 그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주고, 거기서 금은보화가 나오는 기적 같은 이야기. 제비는 그렇게 ‘복을 가져다주는 새’로 자리 잡았다. 동화적 상상 속에서도, 현실 속에서도 제비는 인간과 오래도록 공존해온 존재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모종가게 맞은편에는 어느새 49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가 우뚝 섰다. 새들이 집을 짓던 오래된 처마지붕은 헐리고, 그 자리에 인간의 입주가 시작되었다. 인간은 더 높고 넓은 집을 짓지만, 제비는 여전히 낮고 소박한 천막의 틈새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다. 인간의 도시가 위로 자라날수록, 제비와 같은 작은 생명들의 집은 갈수록 위태로워진다.

 

당나라의 시성 두보는 <</span>곡강>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화안욕진화경안(此間欲塵化經安) - 한 조각 꽃잎이 져도 봄빛이 깎인다는 뜻으로, 봄의 절정 속에도 이미 이별의 기운이 서려 있음을 암시한다. 절창 속에는 자연의 덧없음과 삶의 아쉬움이 녹아 있다. 지금 이 순간, 제비도 봄비를 피해 천막 밑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제비와 인간,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몸을 맞이하는 마음은 어쩌면 비슷하지 않을까. 꽃은 피고 지고, 어느 담벼락에는 넝쿨장미가 만개하다. 그 집은 개발을 피해 홀로 살아남은 어린 시절 기억이 깃든 집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도시의 풍경 속, 제비와 가난한 이들의 ‘집’은 점점 더 구석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오늘처럼 비를 함께 바라보는 봄날의 이 짧은 순간, 제비의 날갯짓과 생의 부지런함을 곁에서 지켜보는 나는 문득 삶의 서정을 느낀다. 그 서정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생을 살아가는 존재로서 공유하는 작고 소중한 떨림이니,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가.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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