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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4-03 07: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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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의 바닥이 배를 까뒤집으며 달려왔다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짐승 같았다

머리통보다 무거운 몽돌이 머리를 부딪치며 울었다

얼굴을 치우면 또 다른 얼굴이 굴러왔다

마음을 허물면 또 다른 마음이 포개졌다

 

여긴 끝이 없구나

없는 사람이 여기 있는 사람을 끌고 다닌다 했다

 

너를 보여 줘

 

발을 들여놓으면 무릎이 꺾일 것 같았다

 

짐승은 손톱을 기르지

손톱을 숨기지

 

쏟아지는 비명이 해안선을 찢었다

 

벼랑을 물어뜯는 신음

파도의 거푸집을 이제 막 빠져나온 발자국

 

집을 허물면

다음 집이 들어섰다

 

너는 절벽이었다

 

목을 끌어안고 함께 뛰어 내렸어야 했다

 

 

 

 









권미련 시인

 


2020년《시문학》 등단

대구시인협회

 

 

 

 










(박용진 시인/평론가) 화진포는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바다이며 호수와 접지를 이룬다. 물은 생명의 보고이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제공하지만 자연재해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생명의 탄생과 이를 연장하는 이점과 두려움의 이중성을 가진 바다는, '약품'과 '독'이라는 상반된 의미를 가진, 그리스에서 유래한 약학 용어인 파르마콘(pharmakon)이라 할 수 있다. 차가운 바닷물과 심해의 두려움, 바다에서 떠올리는 아련한 추억 등, 화진포에서 각자의 유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쉼 없이 몰아치는 파도로 주변은 늘 변한다. 만든 모래집과 발자국은 무너지고 사라지지만 이런 바뀜을 당연시 함은 늘 변화를 겪는 삶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유리조각과 모난 돌은 오랜 파도에 마모되어 보석처럼 빛나거나 몽돌이 되어 구른다. 현재의 상황을 이루는 모든 요소는 시간에 따라 자성이 바뀌기도 한다. 삶도 이와 같다.

 

바다는 늘 변화하며, 변화는 기대와 침잠의 양가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바다를 찾은 이들은 긍정적으로 바뀌길 바라는 심리가 클 것임에도 이와 같지 않을 시엔 '근원'에의 향수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시인은 "목을 끌어안고 함께 뛰어내렸어야 했다"라고 한다. 바다는 생명을 잉태하고 생산해 내는 모체다. 사람은 힘들어지면 모체로의 회귀를 갈망하는 의식적 방향성이 선명해진다. 파도를 보는 사이에 주변은 또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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