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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1-15 11: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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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너머 옆집 빈터에는

소녀가 태어날 때 심어 놓은

오동나무가 여전히 서 있고

 

올 추석에도

고향 떠난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텅 빈 가슴에 이는 바람은

오동나무 잎새를 밤새 울리고

오동나무는

슬픈 가야금 줄을 튕긴다

 

내 가슴 빈터에는

아직 소녀가 있나 보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비어있음을 인식함은 존재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존재는 '없음'을 바탕하며 비어있음은 '있음'의 성질에 반하여 존재성에 대한 방향성을 일으킨다. 삶의 여정은 있음과 없음의 반복이며 주체는 사이에서 이를 오가게 된다. 비어있음은, 있음을 인식하는, 주체의 존재론적 인지과정이다.

 

시인은 "담 너머 옆집 빈터에는/소녀가 태어날 때 심어 놓은/오동나무가 여전히 서 있고"라고 했다. 세월이 흘러 빈터 오동나무는 여전한데 변한 것은 사라짐에 대한 질문만이 남아 있다. 바람 따라 울리는 나뭇잎에서 변함없는 존재성을 보면서 향수에 대한 기시감도 느낄 수 있다.

 

세월만큼 허망함과 초연함을 가져다주는 게 어디 있을까. 빈 곳에는 끊임없는 물질성의 유동으로 다시 '가득 찬 공간'이 될 가능성이 잠재한다. 빈 곳을 인식함은 갈래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때의 존재성을 인식함과 도래할 존재에 대한 기대와 시인의 감성은 지속하고 있다. 

 

 

 







김도형 시인

 



여주문인협회 이사, 시가 있는 마을 정회원

시집『약속된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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