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겹겹이 둘러싸인
하얀 둥근 보자기
속마음 벗겨보니
쓰라린 눈물의 고백
눈시울 적셔 화답하고
그런 슬픔을
누군가 알세라
꽁꽁 동여매며 감춘다
벗길수록
새로운 이야기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양파의 속 마음

홍문희 시인
2022년『한국미소문학』시 등단
『청암문학』수필 등단
[박용진 시인/평론가] 양파는 겹겹이 쌓여 있으며 하나씩 벗기면서 알맹이가 없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일상에서 만나는 많은 대상들에서 양파 같은 형상을 자주 접하곤 한다. 언듯 봐서 좋다고 여겼으나 그렇지 않았던 경우처럼 겉모습과 다른 실체에 실망하거나 좌절하는 수를 종종 경험한다. 많은 효능을 지녔으나 형태상으로 속이 텅 빈 양파와 같다.
사물의 본질이 부정확하거나 왜곡되어 나타나는 것을 가상(假象, Schein)이라고 한다.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느끼거나 물에 넣은 쇠막대기가 굴절되어 보이는 것 따위를 말한다. 철학적으로는 사고에 의해 실재가 포착된다는 입장에서는 감각에 나타난 것을 가상으로 간주하며, 사람들은 가상만을 인식할 수 있다고 여긴다. 부정확한 대상을 각각의 방식으로 왜곡, 해석하면서 문제는 더 커진다. 그러면 우리는 가면을 쓰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일까. 건강한 페르소나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실체 파악이 어려운 대상에 대한 성급한 상상으로 우리의 삶이 힘든 것은 아닐까. 시인은 양파의 속내를 얘기했다. 빈 공간엔 사람마다 다른 사연이 있음을 말했으리라. 모든 현상에 대해 받아들이기에 따라 달라짐이 달착지근하거나 매운맛을 가진 양파와 같다는 생각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3년이 되어간다.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하며 그들은 실속이 없는 전쟁을 일으켰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한 말과 다르게 침공한 그들의 행위는 발을 보이지 않으면서 공중부양 하듯이 춤을 추는 전통 춤인 베료즈카와 마트료시카 인형을 떠올리며, 빈 속을 가진 양파를 연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