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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0-16 09: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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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시월은 가두어진 것을 풀어내는 계절이다. 여러 분야에서 축제가 많은 기간이다.

 

생각에 따라 마음이 커지거나 움츠려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 ‘구월의 유럽 수국 축제’장에 다녀왔다.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지만 두 번째로 공개하는 땀 흘려 이룩한 개인 정원의 결과에 의미가 있다.

 

화이트와 연한 핑크 색감의 큰 꽃송이인 유럽수국과 메타세콰이어 숲이 축제란 이름으로 시골마을 가득 발길을 모았다.

 

예쁘고 탐스런 꽃송이를 보러 찾아든 사람들이 꽃송이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웃는다. 수국 송이를 만지며 꽃송이와 웃는 사람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 웃는다. 그 풍경 안에서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

 

부모와 자녀로 보이는 가족이 꽃길을 걸으며 지팡이 짚은 팔을 부축하며 다정히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손자의 재롱을 보는 노부부의 그윽한 눈에서 초로의 순간도 얼핏 스친다.

 

나에게도 저런 순간이 있었던가. 문득 도종환 시인의 <</span>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란 시가 떠오른다. 지금과 너무 잘 어울리는 시다.

 

“산벚나무 잎 한쪽이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들고 있다/ 지금 우주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에 와 있다“, ”내 생의 열두시에서 한시 사이는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벌레 먹은 자국이 많았다/ 이미 나는 중심의 시간에서 멀어져 있지만“으로 까지 읽다가 멈춘다.

 

나도 이제 중심의 시간에서 멀어지고 있음에 그래서 바라보는 것에 대한 눈과 마음이 예우가 가득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수국에 얼굴을 대고서 말을 건넨다. 아직 남은 축제의 기간까지 무심하고 절실하게 피어 있을 꽃의 임무를 우리는 아름답다고 말할 뿐이다. 같은 시간을 걸어가는 친구들도 주름이란 꽃을 피우며 느려진다. 느린 속도만큼 세월은 빨라지고, 세월 앞에 장사는 그렇게 모두 무너지는 법인가보다.

 

아직 떨어질 잎은 많고 늦가을 꽃은 화두를 잊고 피어있다. 저녁 해넘이처럼 지는 일에 익숙한 세월의 초보자처럼 가끔 두렵고 허무한 이유는 아름다운 것과 결별할 계절 탓은 아닐까.

 

입맛이 없어지는 밥상을 위해 싱싱한 알타리를 다듬고 있다. 잎과 작지만 토실한 달랑무우가 김치로 되기 전 벌써 군침이 돈다. 나무와 꽃이 야위어질 때 제철을 맞는 또 다른 푸름의 순서를 해석하니 헛웃음이 흐른다.

 

‘가을 잎도 또 다른 봄꽃’이라고 했다. 중심의 시간을 몇 수십 해 보내고도 이치를 잊고 마는 불손함이라니. 아직 더 없이, 덧없이 고정불변을 깨며 세월은 갈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눈과 마음은 깊고 은은한 울림으로 새로운 인식과 인사하게 하리라.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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