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세교동이 개발되면서 지금의 집도 지어졌으니 수십 년 시공(時空)을 짚고 살아온 주택에 살고 있다.
건물이라고 갑작스런 변이 생기지 말라는 법 없다고, 2013도 집 앞 상가 1층 이발소 가스 폭발로 인근 건물들이 부서지고 난리가 아니었던 상황이 있었다. 그나마 멀쩡한 집도 유리창이 깨지거나 틀어지고 망연자실 손을 놓고 있 때 여러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해주어 위로가 되었던 고마운 일도 생각난다.
상가주택이지만 뒤쪽 베란다에는 방충망 시설이 되어있지 않아 맞바람으로 창문을 열어두는 여름저녁이면 파리와 날벌레, 모기가 꼭 한두 마리 들어와 앵앵 거리며 잠자리를 성가시게 방해한다.
나도 무던한지라 아주 못된 녀석이 아니면 넘기고 해를 보내다 시골로 이사를 간 지인이 안방과 마당 평상에 설치한 원터치 하얀 모기장을 보고 너무 예뻐 따라쟁이가 되었다. 간편하고 색상도 깨끗하고 환하여 시원한 여름 맞이가 되었다. 다행이 문을 열어두어도 모기향을 분사할 정도의 개체는 아니었다.
어린 시절 사각기둥의 파란 가족 모기장이 생각난다. 올망졸망 여름밤을 보내자면 미리 환한 시간에 쳐두거나, 또는 여름내 찬바람이 날 때까지 모기장을 걷지 않고 둘둘 말아 올렸다 저녁에 다시내리는 일을 반복했다.
선풍기도 모기향도 귀하던 시절이라 방문을 열어 두어 밤하늘 빛 같이 물든 모기장 안에서 단꿈을 꾸었다. 모기장속 따스한 부모님의 체온은 사라지고 언니와 동생도 이제는 타인의 가족이 된 시간, 그립던 영혼을 이입하며 독립된 나의 먼 날들과 순수한 놀이를 하고 있을 때 스르륵 잠이 든다.
모기장과 함께 딸려온 풍경도 많다. 동네를 다니던 하얀 소독차를 쫓아다니고, 마당에 피운 모깃불에 감자를 구워먹고, 부채로 더위를 솔솔 넘기며 불편한줄 모르고 살았던 옛날이야기가 이 나이가 되어서도 지금의 일 같이 반갑다.
‘그쟈’라는 제목의 옛 대중가요 가사가 있다. 봄날이 오며는 뭐하노 그쟈/ 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데/ 꽃잎이 피며는 뭐하노 그쟈/ 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데/ 그래도 우리 맘이 하나가 되어/ 암만 날이 가도 변하지 않으면/ 조금은 외로워도 괜찮다 그쟈/ 우리는 너무너무 사랑하니까/
지나간 것은 모두 그리워지는 법이다. 통기타를 치며 그쟈를 부르던 옆집 언니도 이제 주름이 제법이겠다. 과거에서 흘러온 것들과 만감 교차하며 아련히 마시는 추억도 술처럼 취기를 준다. 그래, 암만 날이 가도 변하지 않으면 되지.
“똑똑”, 두들겨도 소리 없는 구멍 숭숭한 벽을 두드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