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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4-29 09: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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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태안 파도리 해수욕장 해식동굴로 유명한 바다를 보러왔다.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길 모래를 따라 걸으며 먼 섬과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며 하루가 주는 행복을 생각한다.

 

세워진 표지판을 보니 <</span>파도리>는 갯바위와 자갈이 많아 파도가 거칠어 지나가기 어려운 곳이란 뜻의 난행량難行梁이란 지명에 연유하여 지금의 파도리란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해변을 내려가는 언덕길 할미꽃, 노란유채, 민들레꽃과 냉이꽃이 하늘하늘 흔들리는데 마을 주민인 고령의 할머니가 천천히 내려오고 계셨다. 이곳은 해변도 예쁘고 자갈과 작은 몽돌이 걸을 때마다 기분 좋게 자박거린다. 고운모래와 파도에 깎인 해식동굴이 특히 신비하고 놀라워 사람들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건물이 하루가 다르게 높이 솟는 우리 마을 발전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트였던 시야가 가려지고 천의 유속이 느려지고 있다. 썩어 검게 변한 물에도 백로와 오리가 살아가고 물고기가 아가미 거친 숨을 내쉬는 천, 생명에 옳지 못한 인간의 이기를 밀어 놓는듯하여 마음이 불편하다.

 

해풍에 자란 고들빼기와 하얀 민들레와 같은 봄나물을 조금 채취 했다. 봄나물은 약이라는 말도 있듯 평소 쓴 나물로 입맛이 살아나는 나를 위해 청정의 나물을 뜯었다.

 

평일이라 사람의 발길이 뜸한 탓도 있었지만 풍광이 좋은 동굴을 배경으로 커플 사진을 찍는 연인들 모습도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는 사람과 그것을 회한하는 시절 지나온 사람이 교차할 즈음 갯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 요란하다.

 

산그늘이 깊은 곳은 아직 산벚꽃과 진달래가 반쯤 남아있다. 산의 선선한 기운이 아쉬워 꽃을 남기는 것이다. 해변을 걸으면서 눈에 띄는 몽돌을 몇 개 주웠다. 반듯하고 납작한 돌, 매끈하고 구슬같이 둥근 돌이 색도 제 각각이다. 모난 돌은 눈에 띄지 않는, 돌에서 구비 치던 시간도 들리는 것 같다.

 

산과 물을 보는 일은 우리 생에 참 중요한 시간이란 생각을 한다. 시계는 생을 따라 정확히 가는데 인식하지 못하고 삶에만 매달리다보니 그 변화를 가볍게 보낸다.

 

마하트마 간디는 우리는 분노를 다스려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권력과 부정부패, 사회에 만연한 인간의 탐욕과 이기, 급발진 분노, 양보 없는 타협이 만연한 시대다. 사회악에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나약한 존재의 폐해가 애처롭다.

 

먼 길을 돌아 바다에 와서 바다를 본다. 마음에 남은 알량한 것들이 섬섬 부서져 내렸으면 기대하는 마음으로 모래에 던진다.

 

파란 하늘과 흰구름, 푸른 바다가 푸르게 멍든 인간의 가슴을 치유하고 위안하도록 저렇게 마음 허물 한 겹 벗기는 파도리에서의 하루, 나를 성나게 하던 것들이 고운 모래에 녹아들고 있다.

 

다시 일상에 돌아가서 힘이 약해질 때면 파도의 유연한 호통을 맞고 시간을 생기 돌게 하리라.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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