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해’
대중가요가 가슴에 와 꽂힌다
삼시 세끼 밥하기 싫다 구시렁대도
못들은 척 바닥낸 찬그릇
뒤퉁수에 대고 눈을 흘겨도
한그릇 뚝딱 비운 밥그릇
세간의 삼식이, 우리 남편은
북경서 50도 백주로 목구멍을 씻는데
식기 건조기 위 마른 그릇들
긴 잠에 들었다
혼자 먹는 찬물 부은 밥 한덩이
떠먹다 그만 숟가락을 놓았다
까똑- 까똑-
계림, 양삭, 요산에서 사진 몇 장 보내놓고
무릉도원서 삼일 밤낮 노느라
날 잊고 있을 당신
가끔 미웠던 맞은 편 자리
잠깐의 이별이 무어라 이토록 허전할까
통속한 유행가 귓전을 맴도는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밥 잘 먹어주는 남편이
건강한 당신이 얼마나 고마운지
누군가를 위해 밥 짓고
맛있다 칭찬하는 식구가
얼마나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빈자리를 보며 불현 듯 깨닫는다
물을 포함한 결정체가 공기 속에서 수분을 잃고 분해가 되는 풍해風解는 물질세계의 근본이다. 사람들은 순간이라는 신scene이 시간에 잠식당하며 사라지는 변화를 늘 마주하고 있으며 잃어버린 뒤에야 절실히 느끼는 소중함을 아는 일에 대한 경험은 누구나 겪는다. 헤어짐에 대한 불안을 잠재적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것은 삶의 당위인 것일까. 시인의 여백엔 가까운 듯 아직은 먼, '미리 그리움'을 시의 위의로 삼는 진솔한 시적 고백을 볼 수 있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안윤희 시인
교육공무원 정년퇴직, 한국문인협회 여주시지부 회장
[제3의 문학]편집위원, [계간문예]중앙위원, 화랑대문인회원
수상: 묵사 류주현 문학 향토상, 화랑대문학 시 대상, 경기문학상 수필 우수상
시집: 『늦둥이』『며느리서까래』『치마만 입는 여자』
수필집:『팔랑귀 남편과 말뚝 귀 아내』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rtimes.co.kr/news/view.php?idx=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