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2-03-18 07:07:50
기사수정

 

  

캉캉 춤도, 마티스도, 피카소도, 헤밍웨이도 없는

파리의 비 오는 밤 가브리엘 천사를 만났지

옥수수죽을 끓여서 무희들은 식초를 마시고

공마당의 서커스 천막은 봄날 환희처럼 들썩거리고

아이들은 궁둥이를 삐질대며, 개구멍으로 몸을 밀어댔지

어른의 치맛자락에 숨어서 비틀대던 걸음걸이 뒤에

천장에서 그네는 하늘을 날아 다니고, 케세라세라의

무희들도 땅 위를 날아다녔지

난쟁이 지팡이에 날아다니던 호랑이와 불 쇼로

천막 안을 달구던, 그 어린 날들은 외발자전거를 타고

저 세계로 날아갔지

비 오는 밤 파리는 우디 알렌의 영화에서 젖어만 가고

둥근 마음으로 여물어가는 낭만의 황금시대는 작가를 향해

열려 있지, 아름다운 상상은 늘 가슴 설레는 것

 

비가 내리는 날이면, 함석지붕에 쏟아지던 들뜨던 소리를

어릴 때 친구의 집에선 천창으로 하늘이 쏟아지고

매캐한 책의 냄새가 콕콕 파고 들었지

섬돌 아래 떨어지던 비의 항거를 방문 열고 바라보던 이모집 너머 우물집 병근이 오빠네 뒷마당은 너무도 풍성해서

꿈에서도 늘 담을 걸어 내려갔지

이모집 뒷담을 걸어 거리를 함축하고자 피어있던 꽃들

머리를 한참 부여잡고 초록색 대문을 향해 내딛던 시간의

파편들, 초록이 짙어지는데 비가 성글게 내리면 비 따라 내리는 마음들이 우수수 별이 되어 날아가고 싶은 건

시간을 흐르다 한참이나 탱탱한 과육의 풍만한 살들을

추억으로 소환하고 싶은 날도 있지

 

    




 

 



시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이득은 무엇인가. 시는 삶의 한 부분에 적응하기 힘든 채로 머무는 아픔을 정화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부르는 정서적 기제로 작동하는 이점이 있다. 시인의 시를 읽으며 비에 젖는다. 영화적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오래도록 듣는 빗소리는 백색소음이 되고 자유롭게 소환이 된 지난 영화인『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테마 뮤직 'singin' in the rain'의 리듬이 울린다. 영화『미드 나잇 인 파리』에서 부분적인 시간 여행을 하는 주인공이 되어 본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김비주 詩人

    

 

2015.《문학도시》등단

시집『오후 석 점, 바람의 말 』『봄길, 영화처럼 』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18. 20. 22년)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rtimes.co.kr/news/view.php?idx=19953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칠장사 산사음악
안성불교 사암연합회, 부처님 오신 날…
문화로 살기좋은 문화도시 안성
한경국립대학교
만복식당
설경철 주산 암산
넥스트팬지아
산책길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