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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1-29 14:30:52
  • 수정 2016-01-29 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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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와 사진은 서로 관계없슴


오랜 벗들과의 기분 좋은 만남을 위해 서울도심 속 발걸음이 가볍다. 안성에서 이곳까지 오는 시간은 애인을 만나는 시간처럼 더뎌지고 떨렸다. 빌딩 사이로 부는 겨울 한파 때문은 아니었다.


기자는 우연히 빈들에서 모이를 쪼는 멧새들의 한적함은 찾을 수 없는 도심복판에서 광고판을 메고 길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청년 아르바이트 현장을 목격한다. 직업의 한계를 벗어 날수 없었던지 기자는 6시간 길에서 일한다는 스물한 살 청년에게 다가갔다.


“이런 일 구하기도 어려워요. 일당 5만3000원은 10시간 가까이 일해야 벌 수 있는 최저 시급(2016년 기준 6030원)보다 좋은 조건이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기도에 있는 한 회사에 취업하여 주야 2교대, 하루 12시간씩 1년2개월을 근무했다는 스물한 살 청년의 대답이다.


“돈을 벌어보니 돈의 소중함을 알겠더라고요. 하지만 고된 일에 비해 사무실에서 일하는 고학력자와의 임금격차가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청년은 전문대학에 진학했고, 지금은 1학년 겨울방학이란다. 올해 말 그는 다시 취업해야 한다고 전한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는 세상이다.


통계청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2%였다. 1999년 첫 조사 이후 최고치다. 구직 포기자까지 합하면 100만 명 이상이 실업 청년이다. 고졸 평균 취업률(2014년 기준 44.2%)도 제자리걸음 했다. 이마저도 '나쁜 일자리'가 상당수다. 취업한 청년(15~29세) 20.3%가 1년 이하 계약직이었다. 절반은 고용보험도 가입되지 않은 비정규직이다.


현재 전 세계가 청년실업과의 전쟁이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가 발표한 유로존의 25세 미만 청년 실업률은 20%에 달한 가운데, 청년 실업률이 비교적 낮은 국가는 독일(7.1%), 오스트리아(10.4%), 덴마크(10.9%), 네덜란드(11.6%)이고, 그리스(47.9%·8월), 스페인(47.7%), 크로아티나(43.1%·3분기), 이탈리아(39.8%)는 실업률이 높은 국가로 손꼽혔다.


경제가 2%대 저성장에 멈춘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용시장이 활력을 잃자 청년 일자리부터 줄고 있다. 실제 지난해 청년 실업률(9.2%)과 전체 실업률(3.6%)간 격차(5.6%포인트)가 2000년대 들어 가장 컸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 간극은 올해 더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새로운 정부가 탄생 할 때마다 청년 고용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고용의 질'을 외면한 숫자 늘리기로 그때뿐이었지 않은가. 정쟁과 갈등 속에 빠진 정치인, 기득권을 쥔 거대 노동계는 노동시장 변화로의 거부, 정부의 안일한 대처 등 청년들의 절규는 더 이상 들리지도 않는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수저계급론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금수저’는 돈 많고 능력 있는 부모를 둔 사람을 가리키는 반면, ‘흙수저’는 돈도 배경도 변변찮아 기댈 데가 없는 사람을 지칭한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현실 자조적인 생각이라고 하기엔 가슴이 먹먹해지는 표현 아닌가.


체감온도 영하 20도속에서 빛을 잃지 않으려는 ‘흙수저’ 청년의 눈동자가 저 멀리 가로등불 위에서 흐리게 빛나는 별을 올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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