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버린 죄로 날개가 꺾였어요
비가 오네 궂은비가 서럽도록 비가 오네
청산을 떠나 사느라 꽃 핀 줄도 몰랐어
화살 같이 날아가는 시간을 늘 놓치고
쳇바퀴 돌듯 도는 유령 닮은 난제들이
무시로 생의 한가운데 출몰했다 사라지고
수만 번 날갯짓에 돌아온 둥근 시간
빗속을 날아가도 젖지 않는 날개라오
서서히 품어야 하는 시간이에요. 꽃들을
'비'는 다의적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잘못됨을 뜻하는 '非', 기념하기 위해 돌에 글을 새겨놓은 '碑', 물상의 상호 간 비율을 나타내는 '比'까지 많은 의미가 있다. 내리는 비는 만물을 젖게 만든다. '비'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부정의 의의에 가까운 수가 많다. 반복하는 시행착오와 벗어나기 어려운 원환적 삶에 수만 번의 날갯짓으로 더 이상 비에 젖지 않을 것이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최도선 시인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93년《현대시학》소시집 발표 후 자유시 활동
시집『겨울 기억』『나비는 비에 젖지 않는다』외
비평집『숨김과 관능의 미학』
《시와문화》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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