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1-12-16 06:53:08
기사수정


  

 

잎이 사라진 나무

 

장화 속에 잠든 장화

 

파란홍차의 가을

 

보랏빛 벨벳 꽃

 

뱀 떼들이 숲속을 노린다

 

귀마개를 하고

 

마스크를 했다

 

아무 일 없는 듯 걸으니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살아있는 게 실화였나

 

내가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도넛구멍 속에 혀를 집어넣고

 

흰 새가 날아왔다

 

흰 새와 흰 전봇대와 흰 벽과 흰 그림자

 

벨벳 빛 눈이 펑펑 내렸다

 

 

 

 




끊임없는 외부 자극으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 감각기관이 인식한 대상은 물론 의도하지 않아도 불균형의 감정에서 파생한 나무, 장화, 가을 그리고 뱀떼까지 연상되는 수가 있다. 하지만 시인은 자신의 심리 상태나 정신작용을 내면적으로 관찰하는 내성(內省) 단계를 넘어섰음을 알 수 있다.

 

흰색은 정체(停滯)를 내포할 수 있지만 흔들림이 없는 부동(不動)의 자세이며 흰새와 흰 벽, 흰 그림자는 내성(內省) 초월의 절대화를 상징한다. 가능태(可能態)와 현실태(現實態)의 경계를 오가는 물질세계에서 감각 교란을 일으키는 대상물은 "내가 나를 바라보며 웃는" 여백으로 둘 뿐이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송진 시인

    

 

1999년 『다층』 제1회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지옥에 다녀오다』 『나만 몰랐나봐』

『시체 분류법』 『미장센』 『복숭앗빛 복숭아』

반년간 문학지 『엄브렐라』 발행인

한국시인협회 회원, SPA창작연구소 소장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rtimes.co.kr/news/view.php?idx=19114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저소득층 무상교통시행
칠장사 산사음악
안성불교 사암연합회, 부처님 오신 날…
문화로 살기좋은 문화도시 안성
한경국립대학교
만복식당
설경철 주산 암산
넥스트팬지아
산책길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