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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작가 송상호의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 30-15편 안성 도기동 사람들은 트집쟁이래. 왜?
  • 기사등록 2021-08-24 14: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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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에 걸쳐 연재되는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는 2019년 9월에 출간되어 3쇄를 찍은 작가 송상호의 책이다. 그가 안성사람들의 자긍심과 안성의 미래를 위해 쓴 책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총 30편의 이야기를 매주 1편씩 안성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읽도록 만들어졌으며, 안성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내용으로 가득하다.[편집자 주]


▲ 송상호 작가

[송상호의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앞장에서도 말했지만, 안성이 농촌도시다 보니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마을과 그에 따른 이야기가 많다(자치00신문 홈페이지에 가서 ‘우리동네 우리마을’을 클릭하시면 356편의 전통마을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수많은 이야기들 중 ‘안성 도기동’이 당첨된 것은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 바로 ‘내 맘’이다. 그 이야기 속으로 가보자.

 

‘트집쟁이’란 ‘프로불편러’란 말과 같다?

 

“도기동 사람들은 트집쟁이”란 말에 앞서 ‘트집’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트집이란 “공연히 남의 조그만 흠집을 들추어 불평을 하거나 말썽을 부림”이라고 사전에서 말해주고 있다.

 

어쨌든 트집쟁이’는 요즘 신조어로 ‘프로불편러’라 할 수 있다. 사전에서 ”매사 예민하고 별것도 아닌 일에도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해서 논쟁을 부추기는 유난스러운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라고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트집이란 말은 사전에선 ‘마땅히 붙어서 한 덩이가 되어야 할 물건이나 일의 벌어진 틈’이란 두 번째 뜻을 설명해주고 있다. 이와 비슷할 말로 ‘틈새’와 ‘틈바구니’가 있다. 어원으로 보면, 지금 말한 뜻이 먼저이고,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뜻으로 변하게 되었다.

 

트집이란 말의 어원을 보면 더 정확해진다. ‘트집’은 ‘틈’이란 말과 ‘집’이란 말이 합쳐진 말이다. 그것을 등식으로 풀어보면, ‘틈 +집= 틈집’이 되고, ‘틈집’이란 말에서 ‘ㅁ’이 탈락하고 ‘트집’이 되었다. ‘틈집’은 흠집이란 말과 비슷하게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트집을 잡다’란 ‘공연히 조그마한 흠집을 잡아 말썽이나 불평을 하다’의 뜻도 되지만, ‘원래 한 덩어리가 되어야 할 물건이나 한데 뭉쳐야 할 일이 벌어진 틈을 바로 잡다’ 즉 ‘흠집을 바로 잡다’란 의미도 된다.

 

도기동에 우시장이 번성한 것과 연관이 있었다.

 

그렇다면 ‘도기동 사람들은 트집쟁이’라고 했을 때, 어떤 용례를 따를까. 단정 짓지 말고 끝까지 한 번 살펴보자.

 

도기동은 마을 뒷산이 거북의 머리처럼 생기고 큰 돌이 박혀 있기 때문에 ‘목머리, 도구머리, 도기동’으로 불렀다. 이 마을이 트집쟁이라고 불린 유래를 알려면, 이 마을의 역사적 배경부터 알아야 한다. 1990년에 발간된 <안성군지>에 보면 도기동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금으로부터 200여년 전 안성장은 기호지방일대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들만큼 이름난 큰 장이었다. 고을 남쪽 외곽을 흐르는 안성천은 장을 보러 올라오는 사람이면 누구나 건너야 하는 큰 내였다. 그 내를 건너기 전에 다다르는 곳에 도구머리라는 마을이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장을 보러 올라오는 장꾼들은 이곳에 이르러 해장국으로 아침 요기를 하고, 해장술 한 잔쯤 기울이고 물을 건너 고을로 들어오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니 도구머리(도기동)야말로 잡상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었다( 자치00신문 봉00기자 2016.12.25. 재인용)”

 

우리는 9장에서 ‘안성우시장’을 이야기하면서, 도기동이 안성우시장 장터였음을 알았다. 뿐만 아니라 안성읍내 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이라는 걸 알았다. ‘도기동 트집쟁이’이야기는 순전히 도기동의 장터역사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된다.

 

전국 최고 수준의 ‘갓 수선 마을‘이 트집 잡는 마을이라니?

 

도기동은 사실 ‘갓 수선’ 분야에선 전국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던 곳이었다. 얼마나 갓 수선이 유명했는지, 제주도와 경남통영에서 갓 장수가 올라와 도기동에서 자리 잡은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일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은 당연하다. 갓을 수선하는 사람은 손님의 갓의 흠집이 조그맣다고 해도, 그것을 크게 만들어 수선비를 더 받아내려고 했다. 조그만 흠집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을 ‘트집을 잡는다’라고 했다.

 

이때 주인과 손님은 서로 다투기 마련이었다. 장사로 잔뼈가 굵은 주인은 능수능란하게 말로서 손님을 요리했다. 1925년에 쓴 안성기략(김태영 씀)에서 “옛날 읍내면 도기리 주민이 말싸움질을 잘하며 대단치도 않을 일로 트집을 잡았기 때문에 트집 잘 잡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자치00신문 봉00기자 2016.12.25. 재인용)”고 소개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트집’과 비슷해 보인다.

 

알고 보니 ‘트집쟁이’란 말은 정말 좋은 뜻이었네.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던 사실이 하나 있다. ‘트집’이란 말의 세 번째 뜻을 알고 나면 ‘트집쟁이’란 말은 전혀 다른 뜻이 된다. “갓 또는 패랭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갓의 끝을 둥글게 하기 위해 다듬는 끝부분을 트집이라고 하며, 이 작업을 트집 잡는다고 한다”는 뜻 말이다. 이것은 갓을 수선할 때가 아니라 생산할 때 쓰는 말처럼 보인다.

 

사실 이 말은 두 번째 뜻(마땅히 붙어서 한 덩이가 되어야 할 물건이나 일의 벌어진 틈)과 통한다. 이런 뜻이라면 그 옛날 도기동 장터에서 ‘트집을 잡는다’는 뜻은 갓의 틈(처음 살 때의 갓이 아닌 빈틈이 있는 갓)을 온전히 잡아준다는 뜻이 된다.

 

하여튼 갓을 생산할 때 트집을 잡는 것이던, 갓을 수선할 때 트집을 잡는 것이던, 둘은 모두 갓을 제대로 사용하게 하기 위한 섬세한 기술임이 분명하다. ‘틈집을 바로 잡는’것처럼 틈새(온전한 것이 아닌 빈틈)를 바로 잡는 정성스러운 삶의 자세란 의미가 된다.

 

이런 뜻이라면 ‘프로불편러’보다는 ‘화이트 불편러(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정의롭게 나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사람들의 공감을 사 여론을 움직이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로써 ’프로불편러‘란 말의 반대말)’에 더 가까운 말이 된다. 그 뜻대로라면 ‘트집쟁이’는 ‘갓의 흠집을 바로 잡아주는 전문가’란 말이 되는 것이다.

 

하여튼 단어 하나가 형성되기 위해선 이처럼 다양한 현장역사가 따라 붙는다. ‘트집 잡는다’는 말 속엔 분명 3가지 의미가 다 들어 있으리라. 분명한 것은 그 말 속에 그 옛날 안성 도기동 장터 사람들의 애환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저자 송상호는 안성에 이사 온 지 20년차다. 2001년 일죽에서 ‘더아모의집(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집)’을 열었으나, 텃새로 인해 보금자리에서 세 번 쫓겨나는 아픔을 겪었다. 2005년부터 안성신문 등 각종 신문에 기자로 활동했고, 지금은 금광면 양지편마을에서 마을주민과 어울려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19금을 금하라> 유심 | 2018.10.19, <더불어 바이러스> 유심 | 2017.01.18, <그래도 종교가 희망이다> 유심 | 2016.05.31, <모든 종교는 구라다> 개정판, 유심 | 2015.08.31,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 유심 | 2015.08.31, <자녀 독립 만세> 삼인 | 2013.03.19, <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 겨> 자리 | 2012.05.07, <우리 아이 절대 교회 보내지 마라> 자리 | 2011.07.20, <예수의 콤플렉스> 삼인 | 2011.06.30., <학교시대는 끝났다> 신인문사 | 2010.07.26, <모든 종교는 구라다> 자리 | 2009.06.30, <문명 패러독스> 인물과사상사 | 2008.12.26 등 총 11권의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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