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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작가 송상호의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 30-5편. 안성은 충청도인 겨? 경기도인 겨?
  • 기사등록 2021-06-15 09: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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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에 걸쳐 연재되는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는 2019년 9월에 출간되어 3쇄를 찍은 작가 송상호의 책이다. 그가 안성사람들의 자긍심과 안성의 미래를 위해 쓴 책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총 30편의 이야기를 매주 1편씩 안성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읽도록 만들어졌으며, 안성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내용으로 가득하다.[편집자 주]

 

▲ 송상호 작가

[송상호의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바로 앞장에서 우리 안성은 ‘기회의 땅’이라고 했다. 그것은 기회가 열려있다는 의미로는 기회의 땅일 수도 있지만,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땅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중간한 땅일 수도 있다는 거다.

 

기회의 땅이 되려면, 아니 기회의 땅을 만들려면 누구 하기 나름일까. 그렇다. 이글을 보는 나와 당신이다. 나와 당신 말고 누가 하겠는가.

 

내가 안성을 보며 두 가지 때문에 놀랐었다.

 

2000년도 12월 31일에 나는 안성 땅을 밟았다. 다음 날, 안성을 보면서 두 가지 때문에 놀랐다. 자가 차량을 타고 안성 시내를 돌아봤다.

 

아내와 나는 이구동성으로 “에게게, 이게 다야”였다. 차로 10분 정도 도니 그게 안성 시내 전부란다. 부산에서 살던 나는 하나의 구도 아니고 동을 돌아본 이 느낌은 뭐지? 부산에 살면서 ‘안성탕면, 안성맞춤’등 이런 단어를 통해 안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안성군도 아니고 안성시(1998년에 안성군에서 안성시로 승격)라고 해서 기대가 컸던 내 잘못인가보다. 하하하하.

 

두 번째는 사람들의 말투였다. 사람들의 말투를 듣자마자 난 충청도로 이사 온 줄 알았다. 하다못해 조그만 아이들도 충청도 말씨를 썼다. 지금도 문득 문득 충청도 사람들인가 하고 놀라게 된다.

 

20년 살다보니 “그랬다는 거여. 저랬다는 거여”하는 나를 보면서 또 놀라게 된다. 충청도 사람 다 된 줄, 아니 아니지 경기도 사람 다 된 줄 알고 말이다.

 

‘날아라 슈퍼보드’의 저팔계가 안성 말을 쓴다?

 

사실 그렇다. 안성 사람들의 말은 충청도 말이기도 하고 경기도 말이기도 하다. 오리지널 충청도 사람들의 말투는 안성 사람의 말투와 다르다. 바꿔 말해 오리지널 경기도 사람들의 말투도 안성 말투와 다르다.

 

경기도 말투는 대한민국 표준어와 비슷하게 쓴다. 반면 안성은 경기도 말투와 충청도 말투를 혼합해서 쓰는 편이다. 가끔씩 경기도 말을 쓰지만, 충청도 말을 더 쓰는 편이다.

 

그 이유는 이랬다. 안성은 경기도에 속해 있지만, 충청도와 접경해 있는지라 말투도 충청도 사투리에 가까운 경기도 사투리를 쓴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충청도 접경 지역인 평택시, 용인시, 이천시, 여주시 일부 지역 토박이말도 안성과 비슷하다.

 

사실 이런 현상을,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말하면 경기도에서도 쓰지 않고, 충청도에서도 쓰지 않는, 안성 특유의 말을 안성이 쓰고 있다는 말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안성의 언어의 정체성은 바로 ‘충청도 사투리에 가까운 경기도 사투리’다. 우리 안성은 남의 말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남의 말을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 재창조하여 안성 특유의 말을 하는 셈이다. 융합을 말하는 현대에 필요한 재능이지 않은가.

 

그거 아는가. ‘날아라 슈퍼보드’에 나오는 저팔계의 말투가 안성말투라는 것을. 안성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형님은 이거나 하셔" 라는 말이 있다. 다른 도시 사람들은 이 말을 반말이라 생각하고 덤벼들기도 한다.

 

사실은 “형님은 이거를 해 주세요”라는 공손한 말이다. 안성 사람들이 나긋나긋하지 않고 투박하게 말해서 더 오해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저팔계가 쓴 “오공 형님은 이거나 하셔~~”는 얼마나 ’졸귀‘인가. 하하하하.

 

사실 언어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일본이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의 말을 없애고 일본말을 강요한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말살하고자 한 것이 아니던가. 안성사람들의 말이 경기도 말도 아니고 충청도 말도 아닌 것은, 안성사람들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그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지만, 양쪽 모두를 융합하여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8장에서 만날 안성장이 괜히 성행한 게 아니었다.

 

안성은 400년 동안 충청도 땅이었다.

 

안성이 충청도와 경기도의 접경지역이어서 말투가 이런 것도 있지만, 실제로 안성은 충청도 땅이기도 했고, 경기도 땅이기도 했었다.

 

실제로 한 때 안성은 수원에 속했었다. 역사적 자료에 의하면 1018년 고려 현종 9년에 안성은 수주라는 고을에 속해있었다. 수주는 지금의 수원을 말한다.

 

고려시대에 안성의 소속은 이렇게 변화되었다. 고려시대 초 940년(태조 왕건 23)에 안성현으로 이름지어 졌다. 1018년(현종 9)에 수주에 잠시 이속되었다가 뒤에 천안에 이속되었다. 1172년(명종 2)에 다시 분리되어 처음으로 감무가 배치되었다.

 

보았는가. 안성이 잠시 경기도 땅이었다가 충청도 땅이 된 것을. 천안에 이속 되었다는 것은 충청도로 되었다는 말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1413년 조선 태종 13년엔 드디어 경기도로 다시 바뀌었다. 1018년부터 1413년까지 거의 400년을 충청도로 살았다. 다시 경기도로 산지는 606년이 지났다.

 

사실은 3년간 충청도로 외도(?)한 시절도 있었다. 1895년엔 공주부 안성군·양성군과 충주부 죽산군이 되었기 때문이다. 3년 뒤인 1896년에야 경기도 안성시·양성군·죽산군이 되었다. 안성이 경기도로 살아온 지는 이 3년을 빼면 603년이 된다.

 

정리하자면 안성 땅은 지금의 도 개념으로 보면, 경기도에서 충청도로, 충청도에서 경기도로, 경기도에서 충청도로, 충청도에서 다시 경기도로 바뀐 곳이다.

 

아 !이것이 안성의 운명인가. 사실 안성은 삼한 시대엔 진한 사람이었다. 이후 삼국시대엔 백제사람이었다가 고구려사람으로, 마지막엔 통일신라사람으로 마무리 했다. 가만히 평화롭게 잘사는 땅을 역사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우리 안성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부가 안성에 온갖 라벨을 붙여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

 

21세기에 일낼 안성. 왜?

 

이쯤하고 아재답게 노자타령을 해보겠다. 노자의 도덕경을 해설한 <해설 도덕경>(노태준 씀, 홍신문화사 펴냄) 저자서문에 “물은 그릇에 따라 자유롭게 자기 형체를 바꾸는데, 어떠한 경우에도 무너지지 않는 자기를 갖고 있다”라고 적혀있다.

 

물을 네모 통에 담으면 네모가 되고, 세모 통에 담으면 세모가 되지만, 물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유연한 사람은 이래도 저래도 다 적응하는 자유인이지만, 결코 자신을 잃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에다가 안성을 대입해보면 “안성은 그릇에 따라 자유롭게 자기 형체를 바꾸는데, 어떠한 경우에도 무너지지 않는 자기를 갖고 있다”가 아닌가. 안성의 변화무쌍한 역사나 말투에서 벌써 안성은 대단한 곳이다. 아무래도 안성은 21세기에 일낼 도시가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저자 송상호는 안성에 이사 온 지 20년차다. 2001년 일죽에서 ‘더아모의집(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집)’을 열었으나, 텃새로 인해 보금자리에서 세 번 쫓겨나는 아픔을 겪었다. 2005년부터 안성신문 등 각종 신문에 기자로 활동했고, 지금은 금광면 양지편마을에서 마을주민과 어울려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19금을 금하라> 유심 | 2018.10.19, <더불어 바이러스> 유심 | 2017.01.18, <그래도 종교가 희망이다> 유심 | 2016.05.31, <모든 종교는 구라다> 개정판, 유심 | 2015.08.31,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 유심 | 2015.08.31, <자녀 독립 만세> 삼인 | 2013.03.19, <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 겨> 자리 | 2012.05.07, <우리 아이 절대 교회 보내지 마라> 자리 | 2011.07.20, <예수의 콤플렉스> 삼인 | 2011.06.30., <학교시대는 끝났다> 신인문사 | 2010.07.26, <모든 종교는 구라다> 자리 | 2009.06.30, <문명 패러독스> 인물과사상사 | 2008.12.26 등 총 11권의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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