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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6-13 23:49:24
  • 수정 2022-04-13 07: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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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함께 일하는 직장동료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사람과 흉을 보는 일이 있었다.

 

남의 말을 시원하게 뱉다보니 목소리가 커지며 안 해도 될 말까지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아뿔싸, 당사자가 가까운 거리에 있다가 동시에 일어나는 게 아닌가.

 

귀밝이술을 잘 마셨는지 유난히 작은 소리를 잘 듣는 분이라 없음을 확인하고 흉을 봤는데 다행이 못 들었는지 웃으며 농담을 건넨다. 셋이서 뒷담화를 했으니 심장이 쫄깃해지도록 놀라 식겁했다. 평소 이해심 많은 사람으로 보이려 노력한 것이 헛된 일이 되고, 옹졸한 행동에 금방 후회의 마음이 든다.

 

식겁을 경험하고 나니 오래전 쓰던 말들이 떠오른다. 혼쭐이 나도록 애를 먹거나 고생하다란 표현의 어원을 찾아보았다. ‘식겁하다’는 경상남도가 고향인 어린 시절 부모님 세대가 많이 쓴 말이라 더욱 정감이 간다.

 

시껍하다, 시껍묵다로 불리기도 하고, 지역에 따라서 시껍했다아이가, 시껍해부렀당께, 시끕하다, 씨겁하다는 재미있는 표현으로 웃음을 준다.

 

나보다 한참 어린 친구가 나도 잊고 있던 말들을 불쑥 얘기 할 때면 배꼽을 잡고 웃는다. “한 뱃속에서 나온 자식도 아롱이 다롱이가 있다고 하잖아요”라던가 “왁구가 안 맞아”이런 말과 곁들여 그날의 “식겁 했어”도 이 친구의 멘트였다. 그녀가 한 번씩 흘리는 말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소원해진 말들과 인사를 해본다.

 

살면서 점점 식겁할 일이 많아지는 세상이다. 혹여 왠만한 일에는 무뎌져 “그 무슨 놀랄 일이라고 호들갑이야”하겠지만 충격의 범위를 넓히고 싶지는 않다.

 

고객을 대면하는 직업의 특성상 수많은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자주 대하는 손님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 서로 예의를 지켜 상호존중 하는 마음 자세가 관계를 부드럽게 이어준다.

 

공교롭게도 내가 흉을 본 언니가 커피를 사서 돌린다. 상대방의 성향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기 어려워 그토록 끙끙대며 미워했던가. 이렇게 글을 쓰며 협소한 마음 그릇을 정화해내니 한결 편해진다. 이제 이런 일들로 식겁을 도모하는 일은 다시 없을 것이다.

 

식겁을 버린 자리 슬기롭고 순발력 가득한 말이 다가와 행복한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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