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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6-08 09: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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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에 걸쳐 연재되는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는 2019년 9월에 출간되어 3쇄를 찍은 작가 송상호의 책이다. 그가 안성사람들의 자긍심과 안성의 미래를 위해 쓴 책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총 30편의 이야기를 매주 1편씩 안성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읽도록 만들어졌으며, 안성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내용으로 가득하다.[편집자 주]

[송상호의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그거 아는가.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어원 500가지>(이재운 외 지음, 예담출판사, 2012. 1. 20) 란 책에 ‘안성맞춤’이란 우리말도 들어가 있다는 걸. 사실 자주 쓰지만, 정확한 뜻을 모르는 건 안성사람들도 마찬가질 걸.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좀 뜨끔할 걸. 하하하하.

 

“‘안성마춤! 아니죠~. ‘안성맞춤! 맞습니다.”

 

▲ 송상호 작가

한 때 안성에선 ‘안성맞춤’과 ‘안성마춤’이 싸우기도 했다. 둘 중에 어느 것이 맞느냐고. 그래서 안성 브랜드 이름을 두 개다 혼용해서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그 논란의 종지부를 찍자. 사전에도 ‘안성마춤’은 ‘안성맞춤의 잘못된 표기’라고 못 박고 있다.

 

‘안성맞춤’을 사전에선 ‘어떤 사물이 맞춘 것처럼 딱 들어맞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실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나면 진짜 기분 좋다.

 

‘안성맞춤’은 ‘안성’과 ‘맞춤’이라는 단어가 합해진 말이다. ‘안성’은 분명히 경기도 지명인 ‘安城(안성)’을 말한다. ‘맞춤’은 ‘맞추다’에서 파생된 말이다. ‘安城맞춤’이란 말로써, 안성에서 맞추었다는 말이다. 이 말대로라면 안성에서 뭔가를 맞춘 셈인데, 과연 무엇을 맞추었을까.

 

‘짝퉁’이란 말이 여기서 파생된 거구나.

 

사전에서 다른 뜻으론 “예전에 경기도 안성 지방에 유기(鍮器)를 주문하여 만들면 주문한 요구에 신통하게 들어맞았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라고 되어 있다. 앗, 어려운 말 유기(鍮器)가 등장했다.

 

유기란 구리에 주석을 합금한 청동이나 아연을 합금한 황동의 일종으로 놋그릇이다. 놋그릇이란 쉬운 말이 있는데, 유기라고 하니 확 유기하고 싶어진다. 앗. 요즘 청소년들에겐 놋그릇도 어려운 말이겠구나. 하하하하.

 

유기 중 방짜유기란 말을 좀 알아놓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안성 방짜유기를 알아주니까. 대개 두드려 만드는 것을 방짜라고 알고 있지만, 과학적으로는 구리 78%에 주석 22%를 정확히 합금하여 만든 것이 진짜란 뜻의 방짜다.

 

방짜는 가장 질 좋은 합금을 일컫는 합금 기술 용어다. 반면에 잡다한 금속을 섞어 만든 질이 떨어지는 합금은 ‘퉁짜’라 일컬었다. ‘진짜와 짝퉁’의 어원과 통한다.

 

여기서 잠깐! ‘안성맞춤 유기’를 제대로 알려면, 현재 중앙대학교 입구에 있는 ‘안성맞춤박물관’을 가보기를 권한다. 입장료는 무료다.

 

고난이 오히려 안성에게 기회가 될 줄이야.

 

‘안성에서 맞추었다’는 말로는 ‘안성맞춤’을 온전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안성의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제대로 그 뜻을 알 수 있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떠도는 사람이 늘어나서 세금을 징수할 대상이 줄었다. 토지도 엄청나게 줄었다. 양반 지주들은 토지를 숨기거나 적게 신고를 했다. 수공업자들은 세금을 내는 대신 정해진 물품을 생산하여 나라에 바쳤다.

 

이것을 방납이라고 했다. 이때 중개인과 지방관들이 몇 배로 ‘삥’을 뜯어 갔다. 수공업자들은 몇 배로 힘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고난이 안성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줄이야.

 

암튼 이러한 잘못을 고치려고 1608년 6월 18일, 영의정 이원익이 선혜청을 설치해 대동법을 실시했다. 이 법이 실시되면서 안성유기점들은 방납을 바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 대신 조정과 관아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방납이 사라지면서 조정이나 관아에서 필요한 물품은 직접 구매를 했기 때문에, 품질이 좋기만 하면 얼마든지 팔 수 있게 되었다. 안성은 일약 수공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조정이나 관아뿐만 아니라 양반들도 안성유기점에게 맞춤형 주문을 했고, 안성에선 양반들의 입맛에 맞게 유기를 만들어 납품했다. 이것을 ‘전화위복’이라고 해야겠지.

 

사실 ‘안성’의 ‘유기’는 두 종류였다. 장에다 내다 팔기 위해 대량으로 만든 ‘장내기 유기’와 주문에 의해 만든 ‘맞춤 유기’다. 보통의 집안에서는 장날에 나는 안성 유기 곧 ‘장내기 유기’를 사서 이용하였지만, 행세깨나 하는 집안에서는 직접 안성 유기점에 주문해서 사용하였다.

 

안성에 직접 주문해서 만든 유기라고 해서 ‘안성맞춤 유기’라고 했다. 그 말에서 ‘유기’란 말을 빼고 ‘안성맞춤’이라는 말로 유래 되었다. 이후엔 안성에서 맞춘 유기가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너무나 맘에 들어서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왜 하필 유기그릇이었을까?

 

조선시대의 그릇은 대부분 흙으로 만들었다. 그것을 우리는 ‘백자그릇, 도자기 그릇, 사기 그릇’등으로 부른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유행한 것이 놋그릇(유기)이다. 그렇게 유기가 인기인 것은 크게 외형적인 이유와 실용적인 이유로 나눈다.

 

외형적인 이유로는 유기의 빛깔 때문이다. 놋은 구리이기에 얼핏 보면 금색이라 할 수 있다. 임금님 수랏상에도 금색인 놋그릇으로 채운 것이 그 이유다. 그러다보니 양반들 사이에선 고급스러운 그릇으로 통했고, 일종의 부의 상징으로 통했다.

 

실용적인 이유로는 유기의 성질 때문이다. 유기에 담은 음식물이 쉽게 변질되지 않는다. 그것은 실제로 놋(구리)이 멸균작용과 항균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일반 주물유기가 아니라 방짜유기여야 했다. 방짜유기는 앞에서 본대로 ‘구리 78%에 주석 22%’의 정확한 비율의 그릇이다.

 

이 유기는 두들겨 패서 만들었다. 방짜유기는 모두 7과정을 거쳐서 만들었으며, 11명이 붙어서 만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대량생산이 어려웠고, 주문생산만 가능했다. 안성맞춤 유기는 비싼 가격으로 양반들에게 팔렸다.

 

한양과 가까운 안성이 기회의 땅이라고?

 

사실 이런 일도 우리 안성이 한양(서울의 조선시대 이름)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리적으로 한양과 멀었다면, 안성맞춤 유기의 번창은 없었을 것이며, 안성이 3대장 중 하나가 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한양에 사는 부자와 양반들이 주로 안성맞춤유기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2019년 지금도 안성이 지리적으로 서울과 한 시간 거리에 있다는 것은, ‘기회의 땅’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고 보니 고구려 땅과도 그리 멀지 않다.

 

 



[덧붙이는 글]
저자 송상호는 안성에 이사 온 지 20년차다. 2001년 일죽에서 ‘더아모의집(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집)’을 열었으나, 텃새로 인해 보금자리에서 세 번 쫓겨나는 아픔을 겪었다. 2005년부터 안성신문 등 각종 신문에 기자로 활동했고, 지금은 금광면 양지편마을에서 마을주민과 어울려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19금을 금하라> 유심 | 2018.10.19, <더불어 바이러스> 유심 | 2017.01.18, <그래도 종교가 희망이다> 유심 | 2016.05.31, <모든 종교는 구라다> 개정판, 유심 | 2015.08.31,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 유심 | 2015.08.31, <자녀 독립 만세> 삼인 | 2013.03.19, <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 겨> 자리 | 2012.05.07, <우리 아이 절대 교회 보내지 마라> 자리 | 2011.07.20, <예수의 콤플렉스> 삼인 | 2011.06.30., <학교시대는 끝났다> 신인문사 | 2010.07.26, <모든 종교는 구라다> 자리 | 2009.06.30, <문명 패러독스> 인물과사상사 | 2008.12.26 등 총 11권의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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