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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4-29 09: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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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린 것은 아직 오지 않은 파랑이다 

파랑이 사라지기 전에

모든 파랑이 거기에 있었다

파랑으로 넘치던 골목과 골목을 흐르던 바람, 구름, 새 

 

빛들은 파랑으로 사라지고

골목으로 잠시 출렁인다

 

거품으로 소멸하여 흐르는 하양은

파랑으로 흘렀지만 이미 파랑을 모르는 파랑이다

파랑, 거품, 하양, 갑자기, 넌, 잠시, 아마

말 못하는 것과 안 나오는 것의 차이를 앓는다 

 

슬며시 옆으로 눕는다

자세는 아직 모호하다

어떤 추억은 아주 낯설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끝까지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것처럼

 

하얀 동그라미들이 파랑의 존재를 잠시 확인한다 

파랑은 혼자서 번지며 그의 부재를 들여다본다

없다, 사라짐, 부재, 존재

 

조금 늦은 저녁을 굽는다

골목은 아직 오지 않았다

 

 

    



 

파랑이란 말은 다의적이다. 빛의 3 원색 중 하나이면서 잔물결과 큰 물결이란 뜻의 파랑(波浪)이 있다.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추억은 그리움을 내포하는데 반해 시인은 왜 낯설다고 하였을까. 파란색은 우울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을 보낸 골목에서 사라져 버리길 바란 대상물은 명확하지 않지만 지금이라는 곳은 언제나 대상물이 부재중이다. 시인은 안온함이란 색에 물들어 간다.(박용진 시인/평론가)

 

    


 

 




하보경 시인

 



서울 출생.

동국대 문화예술 대학원 문학석사.

2014년 격월간지 《시사사》 신인상 등단.

2020년 《시사사》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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