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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12-11 19:40:54
  • 수정 2022-04-13 07: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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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시인들의 잔치가 시작되던 경기문화재단 시상식저녁 어느 시인의 시낭송으로 안도현 시인의 시가 따뜻하게 흐르고 있다. 눈을 감고 연탄과 함께 하던 시절을 회상해 본다.


해마다 월동을 준비하는 모든 어머니들은 김장과 더불어 비가 새지 않는 연탄광에 연탄을 들이는 일이 무엇보다 큰 일이였다.


기나긴 유년의 겨울은 어찌나 쇠끝같이 차고 매서웠는지 아랫목에 누웠다가도 연탄 배달 리어카가 오는 날이면 늙은 노부부의 짐을 덜기 위해 종종거리며 연탄을 나르던 기억이 난다.


쌀독에 쌀이 그득하고 연탄광에 차곡하게 쌓인 연탄을 바라보며 단칸방 오종종하게 누운 어린 자녀들의 겨울을 한시름 놓았을 그 마음 오늘 더 간절히 느껴짐은 단지 시 때문만은 아니겠다.


나누는 일은 개인의 차원을 벗어나 사회적 연대이다.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적 행사가 점점 확산되는 요즘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와 ‘사랑의 연탄나누기’ 행사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사랑 나눔의 기쁨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자랑하거나 드러냄 없이 일하는 사람에게서 맡는 사랑의 향기는 사람의 향기다. 어린 시절 일화지만 지금보다 더 깊은 겨울이라 생각된다. 항아리에서 동치미가 익어가고 쩍쩍 달라붙은 연탄을 가르는 시골 아침마당이 선해진다.


웃목에 떠놓은 그릇에 물이 얼고 창호지 문풍지 문틈으로 찬 공기를 느낄 수 있는 아침밥을 기다리는 우리들은 엄마의 강아지였다. 전날 어둑한 시간 추위에 덜덜 떨고 있는 거지 소년을 데려와 먹을 것을 주고 우리와 함께 재운 어머니가 하나도 생경하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유난히 삶의 배경들이 곤궁하던 시절 이웃과의 단절이 무엇인지 모르는 순수한 그 시절은 담벼락 사이 콩 한조각도 서로 나눠 먹으며 어려움을 토닥거리고 진정한 사랑과 나눔을 소리 없이 실천하던 그런 착한 마음을 소유한 영혼들이 아니였나 싶다.


나도 나에게 말하고 싶다. 너도 언제나 누군가의 뜨거운 사람이 되라고.



필자 : 유영희 시인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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