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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3-04 07: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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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다 벌떡 일어났다

산 사람 같지 않다

죽음 같은 잠에서 빠져 나오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알 수 없지만

세상에는 내가 있는데

내가 사는 세상인지

한밤중 한 생 살아 보고 있을 법한 이 모양은

처음 잠에서 깬 나팔꽃 같다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가을 겨울

밤마다 반복되는 일이

따로 연습 없이 깨다가 죽고

죽었다 산

얘기들로 날마다 순간 순간 피고 지는 일이

한여름 나팔꽃 같기도 하고 해서

피고 지는 일도 싱그럽고

자다 일어나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없었다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을 인식할 땐 이미 그것은 과거가 되었다. 그러면 우리 세계는 허구인가, 의심을 해본다. 사(思)념(念)의(意)로 의식을 구분함과 무의식에 대해 많은 연구가 발전해 왔지만 무의식보다 더 깊은 아뢰야식(阿賴耶識)을 알기까진 세계에 대한 의문과 질문은 계속될 것이다. 마음이 단단한 법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처음 잠에서 깬 나팔꽃 소리가 울렸다.(박용진 시인. 평론가)

 

    






이석정 시인

    


 

1990년《불교문예》등단

시집『숲속의 하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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