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
설익은 채로
흘러가 버리고 만
사랑이
주름진 점박이 얼굴로
마주 앉아
듬성듬성
추억의 그물을 깁는다
설원 속 화석처럼
아무런 동요도 없이
가라앉아 있던 조각들이
벌 떼처럼 들고일어나 전율하며
서로의 그물코에 걸리는
'추억'의 시적 의의는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질문이다. 한 편의 시가 가리키는 방향성에서 시인은 무엇을 이야기했는지, 독자의 추억은 어떻게 투영될지를 주고받는다. '추억'은 넓고 깊은 장면이다. 시라는 매개물을 통해 지난 기억과 앞으로의 기대가 융합, 창출하는 세계는 한없는 여백을 밀고 가는 힘이 되고 발화의 주체는 매 순간 바뀐다. 지금의 주름은 후일 '추억'이라는 그물로 깁게 될 것이니까. (박용진 시인 / 평론가)
김시림 詩人
2019.《불교문예》신인상.
시집『물갈퀴가 돋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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