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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2-10 12:43:30
  • 수정 2020-12-10 13: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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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의 탯줄을 끊고 열여섯 해 부대끼며 살아낸 몸

죽음이란 끈을 한 치씩 다가서 팽팽히 허리에 묶었다

종종걸음으로 잔누비질 고두누비질* 외길을 누볐다

청이가 살던 집, 차디찬 방은 이제 불 꺼진 몸이다

 

죽음 길 지켰던 등잔불 마지막 빛도 훅 꺼버린다

참말로 죽어서 물거품으로 스러져야 하나

(남경 장사 뱃사람들의 성화)

가물가물 연꽃바위에 청이의 울음꽃 바람에 새긴다

 

둥둥둥 둥둥둥 인당수 회오리 소용돌이

캄캄절벽 뱃머리로 휘루룩 달려들었다

엄니, 엄니, 휘몰이 속으로 까마득 치마폭 떴다 풍덩!

 

(김소희 명창이 부챗살을 허공에 좍 폈다 탁, 쥘 부채를 무대 바닥에 놓아버렸다 풍덩!)

 

수궁 속, 채색 찬란한 비단 휘장 구름을 헤치며

옥진부인**의 애끈한 울음소리를 가슴에 품었는가!

 

우르르르르르 철썩철썩 찰랑찰락찰락찰락

 

떴다 보아라 인당수에 둥싯둥실 봉오리 속에 꽃잠 든 청아,

 

*위 아래로 촘촘히 누비는 바느질

**심청 어머니 곽씨부인이 용궁에서 받은 이름







풍요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낼 때 노래를 불렀으며 기쁨이나 슬픔을 나타낸 노래를 시의 기원이라고 추정한다. 음파가 귀에 자극될 때 소리뿐 아니라 색상을 느끼는 수가 있는 것을 색청(色聽)이라고 하는데 연꽃은 그냥 열여섯 살이란 인신공양의 애잔함을 노래한 작품이 이러하다. 명창의 소리에 파도는 고수가 되고 바람은 추임새가 된다. 다 읽어도 검푸르고 붉은 색감이 계속 밀려온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노혜봉 시인



서울에서 출생. 성균관대학교 국문과 수학.

1990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으로『산화가』『쇠귀, 저 깊은 골짝』

『봄빛절벽』『좋을好』『見者, 첫눈에 반해서』

성균 문학상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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