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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2-04 1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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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시장 새벽 네 시는

배고픈 사람들의 마지막 일터다

반쯤 잠에서 깨여 새벽 공기를 가르며 하나 둘 모이는,

밥 냄새를 찾는 발걸음들

 

노동을 팔기 위해 줄을 선 노란 염색머리의 젊은이

인력 사무실의 자판기에서

삼백 원짜리 일회용 커피를 꺼낸다

내일이면 쨍하고 해가 뜨리라

순서를 기다리면서 커피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탈탈 털어 마신 후 컵을 구겨서 휙 던진다

그 순간 일자리를 찾아 들어오던 문신을 한 중년 남자의 가슴에 탁,

용무늬가 일렁거린다

 

아차!! 그는 어쩔 줄 몰라하는 젊은이를 향해

힘내 이 사람아, 하면서

구김 없이 웃어준다

 

지갑 속에 접어 두었던

아버지의 환한 미소를 보았다

 

*불교의 무재칠시의 하나로 환하게 웃는 보시

 

    



 

아침에 뜬 개밥바라기가 있을까, 새벽 인력 시장을 비추는 별은 금성이다. 샛별, 계명성 등 많은 이름만큼 그 의의도 다양하다. 애면글면 엉세판의 주름뿐일 현장에서 작은 실수로 화를 낼 상황은 웃음으로 바뀌어 버렸으니,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무렵의 금성은 얼마나 밝을까, 화안시(和顔施)로 환해진다. 벌써 저녁별을 마주한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우정연 詩人

    


 

전남 광양 출생

2013년 《 불교문예》등단

시집『 송광사 가는 길』

『 자작나무애인』(전남문화재단창작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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