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만발한 그날로 정해요
남겨두고 간 목소리와 눈빛 들이키죠
침착하게 보이려고 한 권의 책과 수면제를 집어 들어요*
페이지마다 구겨 넣은 사막의 밤들
여긴 바람도, 햇빛도, 글자들 사이로 숨어버리죠
막힌 기류가 맥박수를 높여요
모래바람은 자고 나면 넓어져요
혹등은 높아만 가나요
편자를 박지 않은 맨발로 당신을 걸어가요
영구차에 탄 얼굴을 기억해요
높아가는 벽을 오르다 깨어난 아침,
내민 손이 녹아버려요
나와 상관없는 바람이 스물네 시간 몸속을 기어 다녀요
*위니콧『붕괴의 공포』중에서
숙면을 취해야 함은 건강과 다음날 컨디션 조절 때문이다. 열심히 뛴 하루 끝은 교감신경의 작용과 잔여 카페인으로 상기된 몸은 쉽게 잠들기 어렵다. 가만히 있으니 자신의 의사와 관련 없이 물방울 같은 상념이 하나 둘 떠오른다. 사라지지 않는다. 방에 혼자 있을 때는 부재와 결핍에서 오는 혼돈에 대한 위니콧이 제시한 상황과 비슷해진다. 한정된 공간에서 화자는 이를 하나씩 인정해주며 소멸시키고 있다.(박용진 시인/평론가)
도복희 시인
충남 부여 출생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한남대학교 사회문화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1《문학사상》등단
2018 시집『그녀의 사막』『바퀴는 달의 외곽으로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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