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9-07-03 06:37:02
  • 수정 2019-07-03 06:48:24
기사수정

편의점 시인 이정오 “여기는 365일만 있으므로 모든 요일은 지운다.”



명해진다/ 아파트 담장에 부딪쳐 돌아오는 가냘픈 뻐꾸기 울음/ 고요는 깨지고/ 어머니께 가지 못하는 그리움의 통점이/ 새벽 4시에 멎는다// 이 시간/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 닮은 할머니 한 분/ 어디를 가시는 걸까/ 베지밀 한 병 사려고 허리춤에서 꺼내는/ 돌돌말린 비닐지갑/ 지갑을 풀자 습기 찬 비닐 속에서/ 녹슨 동전의 울음보가 터진다 (하략)



- 이정오 ‘층층나무 꽃’ 중에서 -



편의점을 구심점으로 일상을 구성하는 ‘노동의 삶’과 ‘방치된 슬픔’을 다룬 시인 이정오의 두 번째 시집 “층층나무 편의점”이 시와 정신사를 통해 나왔다.


이정오 시인은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만나고 있을까? 시집 “층층나무 편의점”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모티프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다. 시인은 그 안에서 마주치는 삶의 모습을 여러 대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사람을 우선으로 둔 이 시인은 “그들은 나의 전부였다. 내가 나를 내가 그들을 죽도록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여기는 365일만 있으므로 모든 요일은 지운다. 내 시가 조금이나마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기를”이라는 사람과의 이어짐을 간절한 서문으로 남기며, 7월 20일 출판기념회를 준비하고 있다.


총 5부 70여 편의 시편 속에는 내가, 네가 그리고 우리가 喜怒哀樂으로 버무려져 사람냄새 풀풀 풍기는 시집 “층층나무 편의점”은 특별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포착해 내고 있다며, 해설을 쓴 마경덕 시인은 말한다.


마 시인은 “시인은 빈 나뭇가지가 지닌 봄의 용량(容量)을 달아보는 사람이다. 예측할 수 없는 너머까지 팔을 뻗어 가상의 잎잎을 만져보고 빈가지가 피워낼 꽃의 무게와 초행길에 나설 연두의 “설레는 호흡”까지 기록한다.”며 이정오 시인을 그려낸다.


또한 그는 “시인의 직접적인 경험적 시선은 진정한 ‘삶의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이정오 시인은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확보하고 자신이 지은 세상 곳곳에 ‘삶의 기쁨과 슬픔’을 촘촘하게 기록해두었다. 간결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는 “층층나무 편의점”에 들기 위해 자세를 고쳐 앉게 된다.”는 이 시집은 한 권으로 압축된 작은 세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충남이 본향인 이정오 시인은 아주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2010년 ‘문장’으로 등단했다. 안성문화연구소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안성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첫 시집 “달에서 여자 냄새가 난다”가 있다.


최문자 시인(배제대 석좌교수)은 추천사에서 “시의근간이자 뿌리인 감수성, 이 첨예한 지점을 잘 알고 있는 이 시인의 시는 중요한 서정적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이승하 시인(중앙대교수)은 “문학이란 결국 인간 연구일진대 편의점이라는 그 좁은 공간이 인간을 연구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임을 아는 이 시인은 그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층층나무 편의점” 일독을 권하고 있다.


편의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발견되는 일상의 표정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만 하는 “고객과의 관계”를 그려낸 “층층나무 편의점”은 사람이라는 프리즘으로 순정한 스펙트럼을 만들고 있다. <시와정신사/10,000원>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rtimes.co.kr/news/view.php?idx=10875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칠장사 산사음악
안성불교 사암연합회, 부처님 오신 날…
문화로 살기좋은 문화도시 안성
한경국립대학교
산책길
공도독서실
임웅재 한영
설경철 주산 암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