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8-11-08 12:47:55
기사수정

‘노거수’는 나무의 수령이 오래된 거목을 의미한다.


▲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 996에 위치한 수령 500년 된 느티나무

  

여행을 하면서 마을을 지키는 신목인 노거수를 보게 된다. 300년에서 500년 넘은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향나무, 감나무, 회화나무, 소나무 어르신과 만났다.

 

문화재로 지정되었거나 ‘보호수’라는 용어로 수목의 생애 푸른 기운이 쇠락해져 한 잎도 피우지 못 하는 고사목이 될 때까지 어른으로서의 특별하고 귀한 대접을 받는다.

 

가지처럼 구부러진 세월 스친 나무를 보면 커다란 천공을 가지고도 모진 시간을 거느린 내공을 묻고 싶다.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 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소리 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생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정현종 시인의 사물의 꿈 1 - 나무의 꿈 中에서

 

▲ 평택시 비전동 626-3에 수령 1000년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조사가 이루어진 이후 500년 추정이 되는 은행나무

안성시와 평택시에도 보호수가 있다. 2005년 보호수로 지정된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 996에 위치한 수령 500년 된 느티나무는 수고가 15m, 나무둘레 4.2m로 안성의 역사를 말해준다. 일죽면 화봉리와 화곡리, 매산리에도 고령의 어르신이 마을의 안위를 지키고 계신다.

 

평택시 비전동 626-3에 수령 1000년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조사가 이루어진 이후 500년 추정이 되는 수고 15m, 나무둘레 6.7, 지정일자 1982년, 품격 시나무, 은행나무가 있다. 재랭이고개 성당 옆 은행나무라고도 불리는 이 나무를 보며 필자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연둣빛 잎이 돋아, 봄비 수유에 자라 그늘을 주고, 가을이면 황금나무가 되는 나무가 조그만 아이의 정신도 함께 키운 것 같다. 희미하게 잊혀가고 있던 발걸음이 나무에게로 이끌렸다. 거리에는 떨어진 은행잎이 쌓이고 구르고 하염없이 떨어지는 잎으로 찬란하다.

 

나무는 냉정했다. 혹한의 뒤란에 숨어있는 봄을 위해 비우는 시간이라니, 황금빛 멀미 앞에서 복잡한 생각도 달아나길.


어린 시절 골목이 긴 동네에서 살았다. 감꽃 떨어진 골목 낮은 흙벽 넘어 집집마다 큰 나무가 있었다. 친구들과 고양이 캣타워처럼 가죽나무에 오르락내리락 하던 기억이 난다. 나무는 높디높고 넓디넓어 사실 바라만 본 것이다.

 

일하러 나간 엄마의 빈자리 나무를 품으며 허기와 결핍을 넘긴 나는 여기 있는데, 보이지 않는 사람과 그 나무와 창공과 웃음소리는 다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인지 몹시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필자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rtimes.co.kr/news/view.php?idx=9149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김학용후보 배너
윤종군후보 배너
0.안성시 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운영
'고향사랑 기부제'
안성 하우스토리 퍼스트시티
한경국립대학교
만복식당
설경철 주산 암산
넥스트팬지아
산책길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