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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8-27 17:45:48
  • 수정 2018-08-27 17: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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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말/ 정양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 진 모래밭에 한 줄로 쓴 말

글자가 모두 대문짝만씩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정순아보고자퍼죽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손등에 얼음 조각을 녹이며 견디던

시리디 시린 통증이 문득 몸에 감긴다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는 가을 바다

저만치서 무식한 밀물이 번득이며 온다

바다는 춥고 토막말이 몸에 저리다

얼음 조각처럼 사라질 토막말을

저녁놀이 진저리치며 새겨 읽는다


- 시집『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창작과 비평사,1997)




정양詩人

전북 김제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원광대 대학원 졸업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역임


<저서> 까마귀떼 (은혜) 1980수수깡을 씹으며 (청사)

1983빈집의 꿈 (푸른숲)

1993살아있는 것들의 무게 (창작과 비평사)

1997년까마귀떼 (문학동네 복간) 1999년눈내리는 마을 (모아드림) 2001년

모악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제7회 백석문학상, 제8회 구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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