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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1-25 08: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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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집을 나오면 노인정 정자 옆 감나무 한그루 보인다. 보송보송 새잎 돋는 것 보고, 연두에서 진한 녹색 큰 잎 되어 지팡이 쥔 어르신 그늘이 되어 주는 것 보며, 감꽃이 예뻐 올려다본 기억과, 씨알 굵은 열매를 얻기 위해 스스로 개체수를 조절하는 냉정한 나무의 속울음 이해하며 감나무 일생을 엿본 목격자 증후군 앓는다.

 

나무는 붉고 푸른 감격으로 서로를 바라보다 짧은 한 단락이 파쇄 되는 순간을 맞는다. 사다리에 오른 노인의 장대는 가해자인 동시에 무거운 나무를 놓아주는 호스피스 hospice 역할을 한다.

 

까치밥 두 개만 남은 찬란한 가지, 잎과 열매를 낳은 숭고한 역사란 저런 것인가. 무성한 일들을 다음 일기로 남기는 나무만 아는 종결에 엄숙해진다.

 

가지 사이 회색 하늘 가득한 살을 잃은 나무의 온전한 계절은 지금부터다. 까치도 나무 꼭대기 집 들켜버렸으니 바람과 으앙으앙 공생하며 살아야 한다.

 

독서만리 행만리로의 숨은 뜻은 결국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라는 것이다. 책장에서 삶의 지혜를 자꾸만 물질에서 갈구하는 인간을 향해 책이 행자로 나선 선방, 아직 읽지 못한 실수를 만회하고 싶다면 나무가 벌목된 내력부터 읽어야한다.

 

천변에서 세상의 소음 따윈 필요 없다며 푸덕이는 오리를 보니 그 나물에 그 종족 닐스의 모험이 떠오른다. 세계명작동화로 어린 시절 나의 정서를 키워온 소중한 동화책이다.

 

장난꾸러기 닐스가 마법에 걸려 15cm 난쟁이로 변하면서 거위 모르텐과 신비의 나라 라플란드로 떠나는 여행으로 동물친구, 그리고 못된 여우와 겪는 일들이 아슬아슬 묘사된 모험이야기가 재미나서 잊혀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동심을 잃고, 눈빛에 가득한 사리사욕이 빛을 잃게 한다. 읽었던 동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가물거리는 나이, , 여름, 가을, 겨울이 살았던 책들은 책장 어둠에서 당신의 동심과 만나기를 기다리는 봄은 아닐까.

 

빈 곳과 바깥은 동일하다. 문밖에 그대가 있는 것처럼 아쉬운 거리지만 복잡하고 어수선한 안, 까치밥 두 개 남겨진 나무에 까치가 날아왔다. 저 얼굴에서 근심을 읽을 수 없었다.

 

아직 모험이 남았으니, 나무와 새처럼 홀가분하게 세상을 바라보자. 검은 것은 연두고 연두는 검다, 검술을 익히고 세상에 돌아오는 초인처럼 세상 밖 일들은 무심無心이고 두려움이 아닌 변화일 뿐임을 잊지 말자.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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