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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3-09 12: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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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간 햇살이 닿도록 매일 주문을 외는 사람들.


환경미화천사 S씨. 

말간 햇살이 푸르게 닿도록 길을 터주는 그들의 하루는 남들보다 4∼5시간 먼저 시작 된다.



보통 새벽 3∼4시부터 하루 일을 시작하는 S씨는 안성1동 주택지역에서 일을 하는 환경미화원이다. 작은 공장 운영에 건설 현장 막노동으로 그리고 이 일을 하기 전에는 화물차 운전도 해봤지만 전국 각지로 돌아다니는 생활이라 가족과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어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말한다. 몇 개월 만에 그 일을 그만두고 어쩔 수 없이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일이 환경미화원이었다.


지난 밤 검게 그을려 덜 깬 새벽에 작업복으로 갈아입는 S씨. 목이 긴 작업화의 끈을 단단히 묶은 다음 동료들과 담배를 나누면서 휴게소를 나선다.  


이제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것이다. 먼저 기사가 넓은 길을 따라 천천히 청소차를 운전하면 조원들은 그 뒤를 따라가며 길가에 내놓은 쓰레기 봉지를 재빠른 동작으로 청소차에 던져 올린다.


집 앞 골목골목마다 재활용품 비닐에 단단히 묶어 내놓은 쓰레기가 여기저기 모여 있는데 이날은 비가 온 뒤라 쓰레기양이 적다고 한다. 쓰레기는 제대로 된 규격봉지보다 종이 박스에 담에 비에 젖거나 가게나 약국 등에서 얻은 자잘 자잘한 봉지에 아무렇게나 담아 내놓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 심지어는 군데군데 찢겨져 오물이 흘러나와 악취를 풍기고 봉하지 않아 운반하다 쏟아지는 것들도 있다.


"비 오는데 종이박스에 쓰레기를 내놓는 놈들이 어디 있어. 이런 병은 재활용품으로 내놓아야지. 가게에 빈병 갖다 주는 것도 귀찮아 하니, 참." S씨가 투덜대며 깨진 병 조각이 담겨 있는 박스를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청소차에 던져 올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청소차를 따라 양손에 너 댓개씩의 봉지를 집어 올리느라 조원들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힌다.


새벽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고 1시간 30분 만에 더 이상 실을 수 없을 만큼 쓰레기가 차에 가득 찼다. 이 쓰레기는 하루에 보통 2번 보개면 소각장으로 옮겨져 소각시킨단다. 시나브로 해가 제일 높은 곳을 점령할 때 쯤 그의 일과는 끝났다.


가로 조 K씨.


며칠 뒤 아침 7시경 안성2동 근처에 있는 "가로 조" 환경미화원 휴게소를 찾았다. 전에 좁고 컴컴한 공간이 2015년 환경미화원 복지차원에서 휴게실이 새롭게 꾸며져 미화원들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 하였다. 마침 아침 도시락을 먹고 있는 K씨를 만날 수 있었다.


K씨는 가로조원으로 간선도로변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이며 담당 구역은 안성 중부구역 1km정도의 도로와 주택도로변이다. K씨는 농사일이 수지가 안 맞아 환경미화원 일을 해 온 지 벌써 10여 년이 훌쩍 넘었다.


아침 5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 4시면 집을 나서야 한다. "10년 전 가로 조 일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뒤부터는 일이 힘든 일을 못하고 이일만 한다."는 K씨는 그나마 학자금 혜택이 생겨 그의 월급과 빌딩 청소원인 아내의 월급까지 합쳐서 자식 둘의 대학 뒷바라지를 했다고 전하며, 삼 남매 중 둘을 대학까지 보냈으니 겨우 작은 아파트에 몸을 맡길 수 있어도 행복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4:1의 경쟁률

2011년 안성시시설관리 공단에서는 환경미화원의 채용시험이 있었다. 그 당시 응시인원이 22명으로 평균 4:1의 경쟁률을 나타내었고, 연령대는 30대가 1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중 4명은 전문대학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였다고 밝힌다.


또한 시설관리원은 총 12명이 응시하여, 역시 평균 4:1의 경쟁률을 나타내었고 연령대는 40대가 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업무특성상 환경미화원 체력실기시험은 20kg 모래마대 들고 50m 왕복달리기, 20kg 모래마대 들고 서 있기 및 생활쓰레기 분리, 3개 과목을 실시하였고, 시설관리원 체력실기시험은 20kg 모래마대 들고 서있기, 윗몸일으키기 및 재활용품 분리, 3개 과목을 실시했다.


경제난과 극심한 취업난이 맞물린 그 즈음 안정적인 정년보장과 복지혜택에 대한 처우 개선이 점점 나아지고 있는 환경미화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예였을 것이다.


환경미화원을 바라보는 시각.

취재 중 2016년 안성시 시설관리공단에 의뢰해 환경미화원 인력배치현황을 살펴보니 동부, 서부, 중부등 3개권역의 환경관리지역으로 나누어져 있었으며, 미화원 88명, 차량기사 29명, 기타 9명 등 총 126명의 인력이 안성의 새벽을 열고 있었다.


아울러 안성시시설관리공단 무기계약직 보수 항목 및 지급 기준표를 들춰보니 하루 8시간 주 44시간의 근무시간에 비해 환경미화원의 기본급은 적었으나, 운영수당, 정액급식비, 직급보조비, 가족수당, 근속수당, 특수업무수당, 체력단련비, 자녀학비보조수당 등을 합하면 적잖은 연봉이 책정되어 그나마 수고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는 듯하였다.


끝으로 취재를 마치며 환경미화원을 바라보는 기자의 시각은 과연 어땠는가, 올바로 판단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옮겼는지 반문하며 시민들이 분리수거를 일상화하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마음이 커 갈 때 매일 새벽을 여는 그들에게, 매일 썩은 사회를 깨끗이 치우는 환경미화원의 땀방울은 헛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해가 너울너울 서쪽하늘 아래로 기울 무렵 환경미화원이자 시인인 금동건님의 시 한편도 붉게 물들고 있었다.



오늘도 나는 새벽 두 시에 일어나 역한 냄새 풍기는 음식 쓰레기를 치운다.

어쩌다 얼굴에 구정물 한 방울 튀어도

"야! 이놈 귀한 향수 한 방울 뿌려 주는구나!"라고 허허 웃으며

더워도 추워도 행복하게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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