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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2-28 08:27:02
  • 수정 2022-04-13 07: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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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밤의 하울링이 켜지는 시간을 밟으며 집으로 든다. 늦은 퇴근의 위로는 바이올린이나 첼로 연주면 더욱 좋다. 낮고 슬픈 음들은 나의 괴로운 비염조차 멈추게 한다.

 

노곤에 지친 페르소나Persona 발걸음에 오펜바흐 음악은 위안이 된다. ‘쟈클린의 눈물’을 들어도 좋고,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1997)는 로마로 상경한 시골청년 귀도가 도라와 운명처럼 만나 결혼하고, 홀로코스트로 인하여 유대인들이 수용소로 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내용인데, 호프만 이야기 중 여성 듀엣으로 부른 ‘뱃노래’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하나 둘 그린 그림이 모여 벽에 세워져 있다. 시인이 천직인 사람이 ‘시’안에 색을 입히니 영혼의 영토가 넓어진 기분이다. 금붕어 두 마리는 돌확에 노니고 구피들은 유리 수족관에서 발랄하다. 그들은 움직이는 생물이고 그림 속 새와 고양이는 내가 피운 시간이란 캔버스에서 평온하다 믿는다.

 

‘가슴이 떨릴 때 떠나라’한다. 다리가 떨릴 때는 체력적인 것을 떠나 아무리 좋은 풍경과 마주하여도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도 적지 않은 숫자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마음을 단련하며 살아도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것 또한 영원한 사람의 마음이다. 마음을 평화롭게 유지하는 일은 겉치장 피부미용에 신경 쓰는 일과 소모가 다르지 않다.

 

진천의 한적한 펜션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오랫동안 마스크 밖의 일들 눈으로 보는 일에 익숙해지니 눈 밑 근육이 유연하다. “밖으로 좀 나가자”며 내 안의 말들이 보채어 들길을 걷는다. 전날 내린 눈이 산과 들 지붕 길가 하얗게 허옇게 쌓여있다. 야산을 넘어 들판을 지나는 겨울바람을 맞으니 추우면서 산뜻하다. 껴입은 두터운 옷 안, 감춰둔 온기로 넘어가는 붉은 노을을 관람하는 일평생을 일기에 적는다.

 

인생은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의 시간과 경험의 연속이니 그 일의 마모가 다하면 끝장이 아니겠는가. 노을이 지며 어두워진 골짜기에 등불이 켜진다. 코발트블루 밤하늘도 별빛 등을 밝혀 나를 애간장 시키거나 애로에 긴장하며 살았던 시간으로 콩콩 머물게 했으면, 이끌리게 했으면 좋겠다.

 

떨리는 마음을 유지한다는 것은 아직 내가 신선하다는 신호다. 언제든 울 수 있는 가슴과 웃을 수 있는 온유의 심장을 가진 생의 주인이란 뜻이니 불안해하지 말고 뱃노래 들어보자.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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