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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9-07 08: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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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에 걸쳐 연재되는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는 2019년 9월에 출간되어 3쇄를 찍은 작가 송상호의 책이다. 그가 안성사람들의 자긍심과 안성의 미래를 위해 쓴 책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총 30편의 이야기를 매주 1편씩 안성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읽도록 만들어졌으며, 안성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내용으로 가득하다.[편집자 주]

 

▲ 송상호 작가

[송상호의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포도의 고장’ 안성사람이라면 한번 쯤 겪어본 일이 있을 것이다. 내게 온 우편물이나 택배가 안성면(전묵 무주군)으로 갔다가 돌아온 경험 말이다. 설마 나만 그런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동명이인’은 들어봤어도 ‘동명이소’라니(여기서 소는 한자로 ‘곳 소’로서 내가 만들어낸 사자성어임).

 

이 대목에서 이러실 독자가 있을 것이다. “굳이 우리 안성이야기를 하면서 남의 동네 이야기는 왜 하느냐. 무슨 할 말이 있다고”. “안성이야기 하니까 안성이야기 하려는데, 무슨 문제냐”고 말하면 열 받으실 거다. 하지만 장담컨대 이 장 끝에 가서 보시면 무릎을 치실 거다.

 

이 장의 제목대로 2021년 현재 대한민국엔 안성이 두 군데나 있다. 물론 한 곳은 ‘시’이고, 또 다른 한 곳은 ‘면’이다. 한 곳은 경기도에 속하고, 또 다른 한 곳은 전라북도에 속한다. 어쩌면 완전 다를 것 같은 두 곳이 ‘동명이소’라는 공통점 말고, 네 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1. 둘 다 같은 한자를 쓴다.

 

이번에 이 책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안성이란 한글이름 뿐만 아니라 한자까지도 똑같다는 것이 놀랍다. 그렇다. 둘 다 ‘安城’이다. 대한민국은 ‘편안한 성’을 두 개나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한글로 지명이 똑같은 곳이 있다. 대표적으로 전라도 광주와 경기도 광주가 그것이다. 이들은 각각 ‘光州’ 와 ‘廣州’라고 한자로 표기한다. 전라도에 ‘빛 고을’이 있다면, 경기도엔 ‘넓은 고을’이 있다.

 

한 도시의 이름은 그냥 우연히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이름은 그 도시의 역사와 자연환경과 사람들의 바람 등이 모여 있는 것이다. 우리가 3장(안성이란 이름이 그렇게 깊은 뜻이)에서 살펴보았듯이 말이다.

 

경기도 안성의 이름이 ‘편안한 성’이 된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실제로 자연환경과 삶의 환경이 편안해서’라는 것과 ‘잦은 외침과 외지 사람들의 농간으로부터 편안해지고 싶어서’였다.

 

그렇다면 전라도 안성은 어떨까. 거기도 두 가지의 유래가 있다고 한다. 안성이란 명칭은 고려시대 안성소(安城所)가 있어 안성이었다는 설과, 덕유산의 품에 안겨 언제나 평안함을 누릴 수 있는 살기 좋은 고장이어서 안성이었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안성처럼 평안함을 누릴 수 있는 살기 좋은 고장이란 이야기다. 안성소에 대해선 아래에서 설명하겠다.


2. 깊은 산이 많고 지대가 높다.

 

안성면은 전라북도 무주군 남부에 있는 면이다. 면 전체가 덕유산·무룡산·시루봉·어둔산·두문산 등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중앙부는 높이 500m 내외의 산간분지를 이루고 있다. 동부의 덕유산 일대에서 발원한 구량천이 북서쪽으로 흐른다.

 

우리 안성에도 깊고 수려한 산이 많다. 대표적으로 석남사와 청룡사를 품은 서운산, 칠장사를 품고 있는 칠현산, 양성 덕봉서원을 품고 있는 고성산, 일죽면을 품고 있는 망이산, 경기 안성과 충북 진천을 품고 있는 덕성산 등이 그것이다. 깊은 산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환경이 살아있다는 이야기다.

 

안성면과 마찬가지로 안성시도 주변 다른 지역보다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실제로 전투가 벌어지면 유리한 고지가 된다. 성을 세워서 방어하기가 좋은 곳이어서 ‘편안한 성’이라고 이름 지었다.

 

깊은 산이 있지만, 내세울만한 큰 강이 없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동부의 덕유산 일대에서 발원한 구량천이 북서쪽으로 흐르는 안성면과 서운산 일대에서 발원한 안성천이 북서쪽(평택)으로 흐르는 안성시는 닮았다. 자연환경이 닮았다는 것은 어쩌면 사람들의 기질도 닮지 않았을까.

 

3. 두 곳 다 안성이란 이름을 고려시대에 얻었다.

 

안성면은 삼한시대(삼국시대 전 시대로 마한, 진한, 변한 3국이 있었다.)에는 마한이었다. 안성시는 진한이었다. 그 때엔 서로 대치하는 적국이었던 셈이다.

 

삼국시대(고구려, 백제, 신라)엔 안성면은 백제의 진내군이었고, 안성시는 백제였다가 고구려의 내혜홀이 되었다. 일정기간 동안 같은 백제 땅이었을 때도 있었다. 통일신라가 되면서 안성면은 진례군으로, 안성시는 백성군으로 바뀌었다.

 

고려시대로 넘어오면서 안성면은 금주군 또는 부리현에 속하였다. 여기서 ‘안성소’가 등장한다. 안성소는 대곡소, 횡천소와 함께 부리현에 속한 고려시대의 조그만 고을이었다. 안성시는 고려시대 초 태조 왕건 때 안성현이라 했고, 고려시대 말 1362년(공민왕 11)에 안성군으로 승격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두 곳 다 공히 안성이란 이름이 고려시대에 등장한다는 것도 재밌는 부분이다.

 

조선시대엔 안성면은 금산군에 속하였다. 이어서 현종 15년(1674)엔 무주현이 무주도호부로 승격하면서 안성면을 품었다. 이때 안성면은 무주가 되었다. 조선 시대의 안성시는 파란만장 했다. 충청도였다가 경기도로, 경기도에서 다시 충청도, 충청도에서 경기도로 되었다.

 

4. 두 곳 다 같은 시기에 ‘안성면’이라 불린 때가 있었다.

 

지금의 안성면이 안성면이라고 이름 불린 것은 정확히 1914년이다. 이 때 행정개편을 하면서 일안면과 이안면, 유가면 일부와 적상면 일부를 품어 오늘날의 안성면이 되었다.

 

1914년 이후의 안성역사에 대해선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잘 읽어 보면 전라북도 안성면과 경기도 안성면이 같이 공존하는 시대가 보인다.

 

1914년 4월 1일 행정 개편 때, 안성군 북리면, 서리면, 동리면을 안성군 읍내면으로 합하였다. 이땐 안성군 읍내면이라고 했다. 1931년에 드디어 읍내면을 안성면으로 바꾸었다. 1937년 7월 1일엔 안성면이 안성읍으로 승격되었다.

 

1997년 6월 6일엔 보개면 가사리, 가현리와 대덕면 모산리, 건지리, 소현리 일부를 안성읍에 편입시켰다. 1998년 4월 1일엔 안성군을 안성시로 승격하였다. 이때 안성읍이 있던 곳을 안성1동, 안성2동, 안성3동으로 개편하였다.

 

보았는가. 1931년에서 1937년까지 6년 동안 안성시는 ‘안성면 시대’였다. 이 6년 동안 전라북도엔 무주군 안성면이 있었고, 경기도엔 안성군 안성면이 있었다.

 

우리가 사는 안성이 세계적인 도시인 이유

 

이렇듯 얼핏 보면 이름이 똑같다는 이유로 비슷한 듯 보이지만, 우리 안성시와 안성면은 다르다. 사실 우리 안성은 지구별 어디에도 없는 ‘안성맞춤 유기’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안성맞춤 포도의 역사와 3.1운동을 능가하는 자체적인 항일의 역사(28장- 3⸱1운동보다 더 스펙터클한 4⸱1운동)가 있는 곳이다.

 

그밖에 이 책만 봐도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안성적인 것’이 허다하다. 아니 세계에서 유일한 ‘안성적인 것’이 허다하다. 그래서 ‘안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는 것이다. 안성! 파이팅!

 

* PS: 창원에도 한자가 같은 안성리가 있다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안성리).


[덧붙이는 글]
저자 송상호는 안성에 이사 온 지 20년차다. 2001년 일죽에서 ‘더아모의집(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집)’을 열었으나, 텃새로 인해 보금자리에서 세 번 쫓겨나는 아픔을 겪었다. 2005년부터 안성신문 등 각종 신문에 기자로 활동했고, 지금은 금광면 양지편마을에서 마을주민과 어울려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19금을 금하라> 유심 | 2018.10.19, <더불어 바이러스> 유심 | 2017.01.18, <그래도 종교가 희망이다> 유심 | 2016.05.31, <모든 종교는 구라다> 개정판, 유심 | 2015.08.31,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 유심 | 2015.08.31, <자녀 독립 만세> 삼인 | 2013.03.19, <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 겨> 자리 | 2012.05.07, <우리 아이 절대 교회 보내지 마라> 자리 | 2011.07.20, <예수의 콤플렉스> 삼인 | 2011.06.30., <학교시대는 끝났다> 신인문사 | 2010.07.26, <모든 종교는 구라다> 자리 | 2009.06.30, <문명 패러독스> 인물과사상사 | 2008.12.26 등 총 11권의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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