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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12-11 19:55:44
  • 수정 2016-01-27 13: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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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듣다(2) - 인력시장 편

단추 없는 맘을 하루하루 채워가는 사람들





“어이, 박씨.”


익숙한 목소리에 스프링처럼 일어나는 40초반의 건장한 박씨. 오늘도 그는 간택을 받았다.


봉산로터리를 낀 인력사무실 앞길은 빠듯하게 하루하루 먹고 살아야만 하는 갖가지 사연들이 뒤엉킨, 안성지역의 대표적인 새벽 인력시장이다. 이곳을 찾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매일 새벽 5시40분께부터 모인다. 절정인 6시께면 도떼기시장을 이뤘다가 해가 뜨기 전 승합차에 타 삼삼오오 지역 구석구석으로 실려 간다.


검은색 모자에 잠바, 밑창이 두꺼운 운동화 차림의 40~60대가 이곳. 물론 요즘은 우즈베키스탄국적의 고려인과 중국동포가 내국인들을 훨씬 상회하는 인력시장의 주요 구성원이다.


지난 7일 아침 6시. 인력사무실에 쭈그려 앉은 김모(56)씨는 몸 건강한 게 가장 부럽다고 했다. 그는 경련이 일어나는 오른쪽 눈을 깜빡이며 10m가량 떨어진, 수십 명의 웅성대는 무리를 건너다보고 있었다.



기자가 다가가 요즘 근황에 대해 묻자 김씨는 “경기불황으로 일자리가 없어 추위에도 남들보다 일찍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10여년을 새벽에 나왔지만 임금은 오르지 않고 일자리는 없어져 힘들다”고 말한다. 그는 11월 중 단 하루도 일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새벽 6시를 넘기자 봉산동 근처와 안성대교 인근 인력사무실이 늘어선 도로 양쪽에는 어김없이 신형ㆍ구형 스타렉스와 포터차량 몇 대가 도로변에 늘어서 있었다. 두껍게 옷을 입은 중년들은 햇볕도 없는 새벽의 검은 공기와 공회전하는 승합차의 하얀 입김을 번갈아 들이쉬며 조용히 탑승을 기다렸다.


이곳 인력과 공사장을 연결하는 오 사장이 꼬깃한 메모지를 보면서 “양철이! 희중씨! 최상씨!”하고 낯설거나 친한 이름을 외쳤다. 이들은 한 조가 되어 승합차의 빈 자리를 채워나갔다.



새벽 인력시장에 나온 사람들 중 그날 일자리를 얻는 사람은 10명 중 4~5명 정도라고 오 사장은 귀띔한다. 날마다 하루 일당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져 가만히 서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승합차가 지나는 곳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눈치싸움도 치열하단다.


문제는 ‘일자리 보릿고개’로 접어드는 12월부터다.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는 12월 초·중순부터 공사장 일거리는 급감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노가다’라 불리는 막노동 일자리도 구하기 힘든 이들에겐 겨울이 부담이자 걱정이다.


자신을 몇 년 동안 막일을 해온 중국동포라고 소개하는 이씨는 “11월 하순에서 12월 초순이면 이곳 인력시장은 거의 전멸이라고 보면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비수기를 코앞에 둔 요즘이 막바지로 일감을 챙겨둬야 할 시기”리고 전한다.


기다림에 지친 몇몇 이들은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를 사와 추위를 달래며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인근 골목에 있는 인력사무소에는 어림잡아 100여명의 일용직 근로자가 ‘일일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었다.



기자가 취재하는 중 고용노동부 산하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 2월2일부터 7월10일까지 퇴직공제에 가입된 건설근로자 3772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져 지난 11월 24일 발표 된 '2015 건설근로자 종합실태조사'결과 내용을 살펴보니 건설근로자 1일 평균 임금은 12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근로계약유형별로는 서면계약 12만7000원을 비롯해 구두계약 11만6000원, 근로계약 미체결시 11만1000으로 집계됐다. 서면계약을 체결할 경우 미체결시보다 1만6000원(14.3%)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구직경로별로 보면 무료직업소개소가 13만1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팀장 등 인맥 12만6000원, 새벽인력시장 10만9000원, 유료직업소개소 10만3000원 순으로 나타났다.


유료직업소개소를 통한 임금은 취업알선수수료 등의 영향으로 새벽 인력시장보다도 6000원(5.3%), 무료직업소개소 보다 2만8000원(21.3%) 낮았다. 근무경력의 경우 20년 이상 근로자가 13만9000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3년 미만 근로자는 10만원을 받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경력에 따라 최고 약 4만원(40%)까지 임금차이가 존재했다. 지난해 건설근로자의 월 평균 근로일수는 14.9일로, 전 산업 근로자 평균 20.4일보다 5.5일 낮은 걸로 나타났다. 특히 동절기(12~2월) 월 평균 근로일수는 13.3일에 그쳐, 근로일수가 가장 많은 5월(16.3일) 대비 3일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력수준을 살펴보면 대졸 이상 건설근로자는 23.0%로, 전 산업 취업자(43.0%) 대비 20.0%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이외 △고졸 50.1% △중졸 18.0% △초졸 8.9% 등으로 집계됐다. 초졸의 52.9%는 근무경력이 20년 이상으로 나타났다. 대졸 이상은 40.5%가 근무경력 3년 미만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건설근로자의 주택 자가 보유율은 40.2%로 나타났다. 전국 가구 평균 보다 13.4%포인트 낮은 수치다. 부채규모는 1000만원 미만의 소액 채무자가 58.4%로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자가 바라 본 인력시장의 실태는 수치로 나타낸 것보다 훨씬 더 열악했다.


/몇 줌의 서걱거리는 새벽 공기는 훌쩍거리고 절벽 같은 바람 위에서 그를 향해 줄기차게 달려드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낡은 김씨의 몸짓은 그르렁거리고 이유 없이 연신 시계를 노려본다./

- 김영식시인의 ‘낡은 김씨의 밤’ 중. -


아침 7시30분이 넘어서자 바글바글하던 봉산동인근 인력시장 인파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동이 트면서, 길거리엔 넥타이, 코트 등 아까와는 다른 옷차림의 사람들이 졸린 눈을 하고 나타나 인력시장 사람들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 시각까지 공사장으로 출근하지 못한 김씨는 “일자리 보릿고개는 날이 풀리는 3월까지는 거의 반토막 이상 일감이 없기 때문에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잘 짜야해요.”라고 언급하며 우리는 매일 채용됐다가 매일 퇴직하는 사람들”이라는 조금은 서글픈 말을 남기고 기자의 시야에서 점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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