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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3-04 07:56:04
  • 수정 2022-04-13 07: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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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의 共感同感] 우중의 시간이 길어지며 봄을 향한 나무의 정진이 잠시 중단되는 하루다.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 드리운 창문에 물방울 그림을 그린다.

 

거칠고 검은 나무의 살결이 묵은 것을 싱싱하게 밀어내는 목간 풍경을 보며 시작하는 삼월이다. 비 내리는 거리에서 우산에 떨어지는 물의 힘을 느낀다. 똑똑, 방울방울. 또르륵 구르는 평온하고 낮은 환청, 밤의 집으로 든 새들도 듣고 있을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일로 인하여 마음과 싸우고, 미워하고, 후회하고, 협상하는 번민의 번복은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풀어내야 할 인생과제가 아닌가싶다.

 

내가 내게 지키지 못한 약속 때문에 스스로 괴롭고, 의도와 다르게 곡해 해석하는 상대방에 화를 내고, 취지를 잘못 전달하는 사람으로 엉뚱한 오해를 사는 괴로움이 생긴다. 풀려고 하면 오히려 얽히게 되는, 공교롭게도 오늘이 그런 날이다. 분노로 떨고 있을 때 들리는 낮고 탄탄한 비의 음률이 틀어진 심사를 어우른다.

 

만물은 어떤 악성기후에도 흔들림 없이 맑고 눈부신 날을 기다린다. 봄을 느끼는 생명의 마음은 같은가보다. 온실 속 화초를 벗어나고 싶어 안달인 어린 제라늄, 테이블 야자가 그렇다. 신성한 사다리를 건넌 오름에서 새 빛과 마주한 모든 호흡의 길들은 푸른 옷고름을 호패로 차야한다.

 

학자이며 문장가인 최치원은 사상을 부린 최초의 철학가이다. 한자어를 제거하고 우리말만 쓴다.


끝내 물은 동쪽으로 흘러가 돌아오지 않고/ 시심 돋우는 경치만 사람을 괴롭히네 정을 머금은 아침 비는 가늘디가늘고/ 요염한 고운 꽃은 필 듯 말 듯 하는구나 어지러운 세상 경치는 보아 줄 주인이 없고/ 덧없는 인생에게 명리는 한결 아득하도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령의 아내 원망스럽네/ 억지로 남편에게 술잔을 멀리 하게 하다니

 

'춘효우서(봄철 새벽에 우연히 편지를 쓰다)'를 쓰는 지금 이렇게 내리는 비가 좋다. 비에 닿던, 꽃에 닿던 얄궂은 봄비의 내력을 알고 보니, 걱정한 새들의 보금자리 돋을 향연 어이 할거나, 꽃에 닿은 미소가 파릇하다.


가면서도 여유로운 계절의 층간이 부드럽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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