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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6-25 11:04:44
  • 수정 2020-06-25 11: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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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에서 능으로 향한 오솔길에는

허물어져가는 널기와집이 한 채

겨우내 한 번도 발 들여놓은 적 없는

능의 장대한 그림자가 좁고 스산한 그 집의 안뜰을 쓸고 있다

앞치마 두른 아낙들이

제법 분주히 걸음을 놓는 초복날까지는

그 집의 주인장이 서둘러

제 집의 안뜰까지 내려서는 법이란 없다

누구였을까

능의 그림자가 황황히 안아들고 나서는

저다지 앳되고 여윈 그림자

병색 짙은 젊은 아낙의 한 줌 뒷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리고

붉은 지연紙蓮한 등이 꿈처럼 외롭게 깜박거리는

사람의 집 들창

한 생애의 들고 나는 길이

못물처럼 어둡고 깊어

바람결 절로 얇아지는 어느 저물녘이다





소월 이후 우리는 항상 고정일 것이라 생각했던 서정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리거나 변질될 불안을 안고 살고 있다. 하지만 시인의 시집 『 제비꽃 꽃잎 속』엔 저물녘과 어스름이라는 경계를 거니는 시인이 불러일으키는 아르카이즘적 이미지가 넘친다. 아련한 서정으로 다시 편안해진다. 마치 빛이 꺾이는 저녁을 보는 망막과 같은. (박용진 / 시인 평론가)




[김명리 詩人]




1984년 ‘현대문학’ 등단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

시집으로『물속의 아틀라스』『물보다 낮은집』

『적멸의 즐거움』『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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